이명박 측 '고소 취소' 싸고 혼선

  • 입력 2007년 7월 11일 19시 54분


한나라당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캠프가 11일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에게 명예훼손 고소 취소를 권유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김 씨가 이를 거부해 사태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외견상 이 전 시장측으로서는 당의 요청에 따라 김 씨에게 고소 취소를 권고해 '명분'을 세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가 캠프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소송 강행을 전격 선언해 자신의 '무고함'과 '이 전 시장과의 무관성'을 시위하는 '실리'도 챙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놓고 캠프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불협화음은 향후 캠프 운영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 캠프측은 최근 며칠간의 상황이 '치밀한 각본에 의한 쇼'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소-취소 권유-소송강행

김 씨가 4일 서울중앙지검에 박근혜 전 대표측 의원 등을 상대로 고소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엎치락뒤치락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이 전 시장 캠프는 "이번 고소 고발 건은 김 씨 개인의 문제로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이에 따라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진영간 검증 공방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 비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사건을 이례적으로 공안부가 아닌 특수부로 배당함에 따라 '제2의 김대업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캠프 안팎에서 제기됐고 당 지도부도 "검증은 당내에서 하라"면서 이 전 시장측에 고소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캠프 내부에서는 "차제에 검찰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자"는 강경론과 "당의 요청을 따라야 한다"는 온건론이 맞섰고, 11일 선대위원장단 회의를 통해 '취소 권유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까지도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대부분의 언론이 '취소로 가닥'이라고 보도했음에도 불구, 캠프 일부 핵심관계자들은 "오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정도로 막판까지 혼선이 계속됐다.

그러나 이날 오전 위원장단 회의 직전 안강민 검증위원장이 캠프에 공문을 보내 "후보간 고소 고발 사태로 검증위 활동이 방해·위축받고 있다"면서 "후보 검증에 관한 모든 사항은 당 검증위에 맡겨줄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히면서 결국 캠프는 당의 요청을 수용했다.

그러나 상황은 캠프의 '취소 권유 결정' 이후에도 계속됐다. 캠프측 권유에 의해 당연히 고소를 취소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김 씨가 서울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고소를 취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

김 씨의 소송 강행 선언으로 검찰수사는 '진행형'을 유지하게 됐지만 당 지도부가 당장 유감을 표시하고 나서자 캠프측도 "김 씨를 설득해 보겠다"고 나서면서 캠프 안팎에서는 "결국 소송을 취소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등 여전히 최종 결론은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후유증 불가피… 위기 넘길까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느냐에 관계없이 이 전 시장 진영은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불거진 캠프 내부의 혼선은 차치하고라도 위기 대응 방식에도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당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김 씨에게 고소 취소를 권유하기로 했으나 당초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 씨의 부동산거래 내역 등 이른바 '석명 자료'를 내놓지 않아 정작 의혹을 풀지는 않은 채 모양새만 갖추려 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캠프에서는 갑론을박 끝에 소를 취하하도록 권고하기로 하고, 이를 다시 김 씨가 강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보여 사전조율 작업도 거치지 않은 채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박 전 대표 진영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캠프와 김 씨측이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이 전 시장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이 전 시장과 김 씨와의 오랜 관계로 미뤄 이들이 서로 '개별 행동'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구심에서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최경환 종합상황실장은 "의혹이 있으면 수사를 받으면 되고 정당하게 해야지, 한쪽에서는 취소한다고 하고 한쪽은 못한다고 하고 국가 기관을 상대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중플레이를 하는 것이냐"며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 장난칠 사안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미칠 지경이다. (김 씨와) 짜고 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장광근 캠프 대변인도 "우리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며 "김 씨는 자기 사업이 밑바닥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심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고소를 유일한 보호막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캠프에서는 그동안 연일 제기돼온 각종 의혹이 이번 사태를 정점으로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선전 '마지막 위기'를 넘길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여러 차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19일 검증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이 깨끗하게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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