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 프로그램 개발 의혹으로 불거진 2차 핵 위기 발발 직후인 2003년 2월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지 4년 5개월 만이다.
이로써 북핵 문제는 6자회담 ‘2·13합의’에 따른 초기조치 단계를 넘어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불능화라는 완전한 북핵 폐기를 위한 2단계 협상으로 접어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우리는 합의한 대로 중유 5만 t의 첫 배분이 도착한 14일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원들에게 그에 대한 감시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2·13합의의 완전한 이행은 다른 5자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자기의 의무를 어떻게 이행하며 특히 미국과 일본이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는 실제적 조치를 어떻게 취하는가 하는 데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명길 북한 유엔대표부 공사는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핵시설 불능화 등 2단계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해 불능화 단계에서의 요구사항을 분명히 했다.
14일 평양에 도착한 IAEA 감시·검증단은 15일부터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에 대한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10명으로 구성된 IAEA 검증단은 핵시설에 카메라 등 감시장치를 설치하는 등 2∼3주 동안 핵시설에 대한 폐쇄·봉인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IAEA는 요원 2명을 북한에 상주시킬 방침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18, 19일 속개되는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 재개에 앞서 15일 서울에 도착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은 기쁜 일이지만 1단계 조치일 뿐”이라며 “주지하듯 앞길은 매우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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