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측은 일단 초본 부정발급의 경위야 어찌됐든 캠프를 제대로 관리하지못 한 점에 대해 "당원과 국민 앞에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전날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의 사과 발언 기조를 유지했다.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에 대해 검찰에 긴급구속된 권모 씨와 캠프 외곽 인사 홍모씨 간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진위를 불문하고 '자숙모드'를 유지하면서 파문의 조기 진화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 전 대표도 전날 이번 사안을 보고받은 뒤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고 경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는 "아무리 외곽조직으로 활동한다지만 이렇게 정도를 걷지 않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캠프의 김재원 공동대변인이 전했다.
캠프 인사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도대체 왜 정도를 걷지 않느냐.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느냐"고 질책하면서 "앞으로 정말 정도대로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또 "기본적으로 검증은 당 검증위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한 홍 선대위원장과 자신의 시각에 일부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도된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누가 이렇게 전달한 것이냐. 이런 식으로 도대체 무슨 캠프가 운영되느냐"고 질책했다고 캠프 인사가 전했다.
하지만 캠프 내에서는 이 전 시장측이 마치 대단한 '건수'라도 잡은 것처럼 몰아붙이기로 나선데 대한 불쾌감도 엿보였다. 특히 이 전 시장측의 과잉 공격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검증국면의 전환을 시도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불만도 팽배했다.
다만 초본 부정발급건과 관련해 수세에 몰린 만큼 이 전 시장측을 향한 공식 반박은 없었다.
김재원 대변인은 이번 사태에 대한 캠프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이라면서 "사태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만 말했다.
캠프의 핵심 인사는 "주민등록 등초본이라는 것은 국회의원 공천 받을 때도 다 당에 내는 것"이라면서 "그게 그렇게 큰 일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다른 인사도 "이 전 시장측이 뭔가 한 건을 잡았다고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하지만 예전 초원복집 사건 때도 그렇고, 경선을 한 달도 더 남겨놓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오히려 우리 캠프에는 더 자극도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캠프 내에서는 이번 사안의 파문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검찰의 수사 전개를 주시했다.
박 전 대표측은 빠르면 이날 중 검찰에 자진출두할 것으로 알려진 홍모씨에 대한 검찰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 파문이 조기 진화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어제, 오늘의 보도로 일단락되지 않겠느냐"고 희망섞인 관측을 내놨다.
김무성 의원은 "어떻든 홍 씨가 연루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홍 씨의 해명을 보면 큰 일로 번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이 전 시장 관련 부동산 의혹에 대해서도 "당 검증위에서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이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캠프의 입장"이라는 원칙적 입장만 내놓은 채 특별한 공세는 펼치지 않았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李측 "박근혜씨 정치적 책임져야"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16일이 전 시장 일가의 주민등록초본 부정 발급에 박근혜 전 대표측 인사가 연루된 것과 관련해 "박 전 대표 캠프와 범여권이 연계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섣부른 대응으로 자충수를 두지 않겠다"며 신중기조를 유지했으나 박 전 대표 측의 연루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범여권과의 연계의혹까지 거론하며 총공세로 전환한 것.
캠프는 특히 애초 주민등록초본을 부정 발급받은 경찰간부 출신 권오한(64) 씨와 권 씨로부터 주민초본을 건네받은 홍 모 씨가 박 전 대표 캠프의 외곽조직인 '마포팀' 소속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마포팀을 '박 전 대표 캠프의 국정원 조직'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와 함께 권씨가 뗀 주민초본과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이 전 시장의 과거 위장전입 폭로 때 활용한 주민초본이 같은 날 발급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박 전 대표 캠프와 범여권 연계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 전 시장 측의 이 같은 강공 배경에는 검증공방으로 인한 수세 국면을 탈출하는 동시에 박 전 대표 측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짐으로써 경선 우위를 일찌감치 굳혀놓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 본인은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서울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1세기 ROTC포럼'초청 강연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글세, 믿기지 않는다.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놀라운 일이다. 지켜보자.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자"고만 덧붙였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박 전 대표 캠프와 범여권의 연계 의혹을 밝히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면서 "일단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언론보도를 보면 권 씨와 홍 씨는 결국 한 팀(마포팀) 이었다. 두 사람은 동일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 측이 연루 자체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핵심은 박 전 대표 측 자료가 범여권에 넘어갔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광근 공동대변인은 박 캠프와 범여권의 연계의혹에 대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헌정 사상 초유의 야합이자 '매당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수희 공동대변인은 "마포팀은 박 전 대표 캠프 내 정치공작의 총본산이다. 한마디로 캠프내 국정원, 안기부 같은 존재"라면서 "지난 번 경부운하 정부 재검토 보고서 유출에 연루된 서울대 방석현 교수도 마포팀 소속인 만큼 차제에 경부운하 보고서 유출 배후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캠프 실무진에선 강경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번에도 박 전 대표가 '몰랐다'는 식으로 변명한다면 이는 국민 우롱에 다름 아니다"면서 "캠프의 부도덕성이 밝혀진 이상 박 전 대표가 직접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박 전 대표를 직접 압박했다.
캠프는 국가정보원의 내부 태스크포스(TF)에서 이 전 시장과 친인척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것과 관련해선 당과 보조를 맞추면서 국정원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같은 길을 걷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원들에게 '한나라당 후보=이명박' 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레 심어주는 동시에 지도부를 적극 활용, 국정원도 압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
박형준 대변인은 "누가 국정원에 '정치 사찰'의 특권을 부여했느냐"면서 "부패 척결에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 하지만 그 일은 국세청, 경찰, 검찰의 일이지 국정원의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진수희 대변인은 "국정원의 거짓말 행진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며 이재오 최고위원의 정치적 책임까지 운운했지만 결국 이 최고위원의 주장이 사실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법적 근거도 없이 불법 정치사찰을 해 놓고 마치 적법한 활동인 것처럼 말한 것도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 불법도청팀 미림팀의 존재를 딱 잡아떼며 부인하던 때가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캠프 좌장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공직자도 아닌 야당 후보를 왜 조사하느냐. 아무것도 안 나왔으면 그걸로 끝내야지 왜 보고서를 여기 저기 줘서 흘러다니게 만드느냐"면서 "이런 게 바로 한나라당에 대한 음해 아니냐. 이게 바로 정치공작"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우리는 국정원과 청와대가 짜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방해하기 위해 권력 차원에서 총체적인 정치공작을 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 점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억울하다면 국정원을 조사하고 국정원장에 대해선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게 정국을 빨리 안정시키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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