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전 시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그게 사실이라면 충격적이지만 일단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이 전 시장은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21세기 ROTC포럼’ 초청 강연에서도 “반대편에 있는 한 의원이 ‘우리가 경선에서 이기면 누구는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는데, 나는 이기면 정권교체를 위해 그 발언을 한 사람조차도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캠프 내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경선의 유·불리를 떠나 철저한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캠프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 박 전 대표를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스스로 진실을 밝히라고 요청하는 정도로 수위를 낮추기로 했다”며 “정치 공방을 벌이기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의혹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는 일단 검찰 수사 결과 주민등록초본 유출의 출처가 박 전 대표 측이나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측 어느 쪽으로 확인돼도 호재라는 판단이다. 또 박 전 대표 지지모임 관계자가 다른 곳에서 발급된 이 전 시장 친인척 주민등록등본 초본 발급과 연루된 의혹이 새로 제기된 점도 좀 더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한 요인이다.
그러나 캠프 내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여권과 박 전 대표 측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며 ‘매당(賣黨) 행위’라고 박 전 대표 측을 공격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9일 검증 청문회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서라도 공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이날 캠프 외곽조직인 ‘마포팀’에 속한 홍 씨가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 불법 발급 사건과 연루된 의혹이 확산되자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박 전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뒤 기자들의 질문에 “경과를 알아보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전날 이 사안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 아무리 외곽조직으로 활동한다지만 이렇게 정도(正道)를 걷지 않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김재원 캠프 대변인이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기본적으로 검증은 당 검증위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불법적인 주민등록초본 발급이 사실이라면)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느냐. 앞으로 정도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캠프는 일단 이 전 시장 측과의 공방을 자제한 채 ‘자숙’하는 모습이었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전날 “경위야 어찌됐든 캠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당원과 국민 앞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한 사과 발언의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박 캠프가 이날 일부 언론의 이 전 시장 부동산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이전과 달리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묵묵부답”이라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 일각에서는 “앞뒤가 바뀐 것 같다. 실체적 진실 추구는 사라지고 방법상 문제만 거론되는 형국”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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