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6일 이 전 차장을 국정원의 ‘이명박 태스크포스(TF)’의 총괄 책임자로 지목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전 차장은 말이 없다. 그는 13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전 시장 측 주장은 허무맹랑한 정치 공세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한 이후에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퇴임 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개인사무실을 냈으나 이번 사건 이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는 2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그의 손위 처남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이라는 점을 들어 연계 의혹을 제기한다. 그가 2004년 12월 차장에 발탁될 때 문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이었다.
문 의원은 “나와 이 전 차장을 (정치 공작의) 배후로 지목하는 것은 모욕이다. 한 점이라도 부끄러운 일이 드러난다면 정치 인생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계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2004년 초 3, 4명으로 2개의 TF를 구성했다. 지방선거 야당 후보의 ‘비리캐기’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게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했는지 2005년 6월 이 전 차장 지휘 하에 엄청나게 확대 개편했다. 2개 과에 4개 팀씩, 총 8개 팀을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민정수석실에서 이 전 차장에게 이 전 시장 측 조사 연루 문제를 물은 것으로 안다”며 “이 전 차장을 믿어 봐야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칼날은 점점 국정원 쪽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국정원 측이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의 부동산 보유현황 자료를 조회한 사건의 본격 수사에 나섰다. 나아가 한나라당이 당시 보고라인이었던 이 전 차장 등을 고발해 오면 검찰 수사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행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 TF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차장 및 중간 간부들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부패 문제도 넓은 의미의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는 만큼 반부패 관련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는 국정원의 주장과 달리 일선 검사들은 국정원이 공직자의 비리 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개입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국정원에 대해 ‘전방위 수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이 같은 국내 정보 수집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당시 국정원 최고위 간부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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