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언급하자 “한번 구해봤으면 좋겠다”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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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 공개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핵심 측근이었던 P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보고서 유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경찰 수사 발표에서 P 교수의 역할을 축소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 발표와 다른 점=경기경찰청은 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P결혼정보업체 K 씨가 뉴라이트청년연합 장재완 대표를 통해 P 교수를 알게 됐고, 평소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복사본을 건넸다”고 밝혔다.

그러나 K 씨의 영장에는 “(K 씨가) P 교수에게 문건의 존재를 언급한 후 P 교수에게서 ‘한번 구해 봤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듣고 같은 날 서울대 행정대학원 강의실에서 김상우 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에게 문건을 전해 달라고 계속 부탁했다”고 돼 있다.

경찰은 또 영장에 기록된 K 씨가 P 교수의 부탁을 받고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하게 된 것과 P 교수가 K 씨에게 모 주간지 기자가 보도를 하는 과정을 수시로 점검하도록 했다는 것도 발표 때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기경찰청 수사 관계자는 “영장에 적힌 내용이 P 교수가 깊게 개입했다는 것을 적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P 교수가) 의심은 갔지만 수사 과정에서 미처 밝히지 못해 계속 수사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수 수원지검 2차장은 “오늘 경찰에서 K 씨 등 구속 피의자 2명에 대한 자료를 송치받았다”며 “자료를 한번 봤는데 P 교수의 역할에 대해 경찰 수사가 충분히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 차장은 “P 교수 부분은 우리가 앞으로 수사해야 할 부분이다”며 “수사를 해보고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양 캠프 반응=운하보고서 유출의 배후로 박 전 대표 측을 지목하며 P 교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해 온 이명박 전 시장 측은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수사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수희 캠프 대변인은 이날 “박 전 대표 캠프가 유출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음이 또다시 드러났다”며 “P 교수는 사실상 박 전 캠프 자문교수단의 결성을 주도한 인물로 홍윤식 씨 수준으로 박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핵심 자문교수였던 P 교수가 보고서 유출에 개입했을 경우 운하 자체의 타당성보다 자료 유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캠프 측은 “P 교수는 마포팀 멤버가 아니었으며 외곽에서 활동했던 교수 중 한 명이었다. 운하 보고서 유출 파문 이후에는 특별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났다”고 해명했다.

▽P 교수는 누구=P 교수는 박 전 대표 측의 자문교수단을 이끄는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박 전 대표 캠프의 외곽 조직인 마포팀에서 활동했다.

주로 대학 교수들을 상대로 박 전 대표의 지지를 부탁해 왔으며 올해 초 박 전 대표 자문교수단이 출범할 때는 좌장 역할을 맡기도 했다.

또 매주 한 차례씩 자문교수단 회의를 이끌며 연구 논의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정기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박 전 대표 경선 캠프 2차 선거대책위원회 발표 때 10명 안팎의 위원장급 중 하나인 행정개혁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된 바 있다.

P 교수는 1997년 대선 전부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적극적으로 돕기도 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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