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사면이 정치적 시비와 갈등의 소지가 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사면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거나 차제에 헌법을 개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며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아예 사면으로 초래되는 임기 말 정치적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특사를 단행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최소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당연히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재계, 노동계 등에서는 당장 오는 8.15 광복절을 계기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특별사면. 복권의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광복절 특사 단행 여부에 대해 "사면의 시기와 대상을 검토 중"이라며 방침이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 지난 2004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광복절을 계기로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됐고,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올해 광복절 특사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경제5단체는 지난 7월초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분식회계 등으로 형이 확정된 기업인 54명을 광복절 특사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원서를 청와대 등 관계당국에 제출했다.
사면 건의대상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최순영 전 대한생명 회장,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 이진방 대한해운 사장, 박종식 전 수협 회장,서갑수 한국기술투자 회장 등 중견,중소기업의 소유주와 전문경영인 등이 포함돼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사면건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도 지난 6월말 "참여정부에서 노동자에 대한 사면복권은 거의 없었다. 정권말기인데 참여정부 때 사법처리된 노동자들을 그대로 둔 채 마무리될 수 없다"며 구속.수배자를 포함한 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을 제출했고,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이 지난 6월초 노 대통령을 면담했을 때도 사면복권을 건의했다.
이처럼 8.15 광복절 특사를 기대하고 재계, 노동계 등 이해단체들의 사면복권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시점에서 노 대통령의 '대통령 특별사면권 제한'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8.15 특사 단행 여부나 사면 대상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일단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사면제도 개선 문제제기와 임기 내 특사 단행 여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천호선 대변인은 "오늘 제안은 제도를 바꿔나가자는 취지의 말씀이고, 대통령이 특사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관계자도 "현행 헌법에 대통령의 사면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입각해 사면을 단행하고 있지만, 사면 때마다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에 국회동의를 받도록 하는 쪽으로 헌법을 바꾸거나 사면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하자는 취지"라면서 "8.15 때나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등 시기에 가능한 대통령 특사를 하느냐 마느냐는 문제와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대통령 사면권에 대해 '특권해소'라는 차원에서 원칙적 문제제기를 한 만큼 8.15 특사가 단행된다고 하더라도 특사의 폭이나 대상은 신중하게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핵심관계자는 "우리 스스로도 사면권을 지나치게 행사하지 않으려고 해왔던 만큼 앞으로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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