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불씨 살아날까

  • 입력 2007년 7월 17일 19시 48분


노무현 대통령과 임채정 국회의장이 17일 59회 제헌절을 계기로 개헌논의의 공론화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의 불씨가 되살아날 지 주목된다.

일단 대선주자들은 올 대선과정에서 개헌공약을 내걸고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지만 개헌 논의에 그다지 적극성을 띠지는 않고 있다.

국민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주제가 아닐 뿐더러 논의의 방향이 불가측하게 흐를 가능성이 높고 임기 단축까지 포함하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논의 자체를 조심스러워 하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높은 여론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빅2'의 경우 노 대통령이 내각제·결선투표제를 꺼내들고 다시금 개헌 공론화를 촉구한 데 대해 정략적 의도가 내포된 게 아니냐며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그러나 친노(親盧) 또는 개혁성향의 범여권 일부 주자들은 경선이나 본선 과정에서 공약을 내거는 형태로 적극적 개헌 공론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여 대선 정국에서 개헌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 '빅2'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올해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차기정권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전 시장측 박형준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정식후보가 되면 당과 협의해 개헌공약을 제안할 것"이라며 "개헌을 추진하면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인권, 남녀평등, 환경문제 등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담아 50년, 100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또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문제는 추후 공약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시장은 지난해 4년 중임제를 고려할 수 있으며 정·부통령제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전 시장측은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날 내각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논의를 제기한 데 대해서는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대통령은 국정 마무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 예민한 개헌 문제에 대해 논의를 주도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올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18대 국회에서 본격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는 특히 개헌논의 과정에서 임기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정·부통령제 도입을 포함해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며 단순히 권력구조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 외에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을 반영하는 폭넓은 개헌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측은 그러나 노 대통령과 임 의장의 발언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고, 특히 노 대통령이 내각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지금 노 대통령이 어떤 소용돌이 국면을 한번 더 일으켜 보려는 발상으로 개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현실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범여 주자군

범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는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영토조항 등 개헌이 필요한 사안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개헌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개헌논의를 앞장서서 주도하지는 않고 있다.

손 전 지사 측근은 "각 후보가 개헌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하고 노 대통령이 내각제와 결선투표제를 제안한 데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신중론을 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체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국민적 요구가 있어야 실질적인 진전이 가능하다며 조기 공론화에는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정 전 의장측의 정기남 공보실장은 "87년 헌법 개정 이후 20년이 흐른 만큼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지향점을 반영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결선투표제 도입은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검토해 볼만 하다. 내각제 개헌의 경우 국민의 정서와 정치문화를 고려해볼 때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구제 개편은 권역별 정당명부제 도입 등을 통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노주자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올 대선에서 각 후보가 개헌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18대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승조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18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여야간에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개헌공론화 촉구에 대해 "대선결선투표제 도입은 타당한 것 같지만 내각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의 경우 여야간 합의가 전제돼야 하고 국민적 여론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사면권 제한은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하나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제 하에서 입법부의 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천정배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 대통령이 언급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과 사면권 제한을 비롯해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부통령제 도입, 국무총리제 폐지, 영토조항 개정을 골자로 하는 '민생평화헌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천 의원측은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날 개헌 공론화 촉구에 대해 "개헌입장은 대선후보 간 토론과 경쟁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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