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마른 캠프들 “아파트도 팔았소”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리더십 토론회 참석이명박 전 서울시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 국가경영 전략과 대통령 리더십’ 토론회에 참석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리더십 토론회 참석
이명박 전 서울시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 국가경영 전략과 대통령 리더십’ 토론회에 참석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장로회 수련회 피아노 반주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8일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에서 열린 전국장로회 하기수련회에 참석해 찬송가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다. 경주=신원건 기자
장로회 수련회 피아노 반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8일 경북 경주시 현대호텔에서 열린 전국장로회 하기수련회에 참석해 찬송가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다. 경주=신원건 기자
■ 대선주자 진영 살림살이 들여다보니

李측, 23억 한도 절반도 못채워… 참모들 갹출

朴측, 1통 1000원 ARS ‘개미 후원금’이 중심

의원신분 아닌 손학규-정동영 후원회도 못둬

“사람은 많은데 돈은 부족하고….”

대선 예비 레이스를 치르고 있는 각 진영은 정파를 막론하고 ‘타는 목마름으로’ 돈 가뭄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 경선 후보로 등록하지 않아 경선 후원금(최대 23억 원)을 모을 수 없는 범여권 후보들은 물론, 경선 중인 한나라당 후보들도 사정은 크게 나아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2002년 대선 때 기업에서 불법으로 자금을 모았다가 홍역을 치른 학습효과 때문인지 기업에 손 벌리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며 “대선을 세 번째 치르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각 진영의 살림살이를 알아본다.

○이명박 측 “돈 많은 줄 알고 후원 안 해”

정치권에서 그나마 자금 사정이 가장 풍족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는 요즘 후원금 통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최근 이 전 시장 측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이 전 시장은 돈 많으니 후원금은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적지 않게 확산된 탓이라는 게 캠프의 해석이다.

한 관계자는 “깨끗한 경선을 위해 후원금 한도액인 23억 원에 맞춰 자금 집행계획을 세웠는데 정작 후원금이 제대로 안 들어온다”며 “한도의 50%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들과 일부 여직원을 제외한 100여 명의 캠프 상근인력은 대부분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국회도서관장(차관급)을 지낸 배용수 공보단장은 “갑자기 수입이 없어지니 집에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족한 자금은 이 전 시장 측에서 일부 조달하거나 의원들이 갹출하고 있다. 캠프의 한 핵심 의원은 오랫동안 애용하던 골프 회원권을 처분했고, 또 다른 의원은 아파트를 팔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검증청문회를 마치면 대대적인 후원금 모금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측, “하루 100만 원도 안 들어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는 올해 초 개통한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를 통한 후원금과 개인 기부가 재원의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1인당 한도가 1000만 원인데 대부분이 한 통에 1000원을 기부하는 ‘개미 후원금’이라서 하루 ARS 모금액은 100만 원을 넘는 날이 별로 없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모은 경선 자금은 5억4000만 원 안팎”이라며 “그나마 캠프 사무실 임차료, 홍보(지역 당원간담회 때 영상물 제작비용 등), 공보(포스터 홈페이지 관리) 등에 쓰고 1억 원가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19일 청문회 뒤 본격적인 경선 운동이 시작되면 차량 기름값, 운동원 밥값 등이 더해져 자금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원간담회, 출판기념회 등에서 상영하는 영상물의 제작비는 요즘 1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어려운 살림을 ‘투명 선거’라는 이미지로 연결하기 위해 경선이 본격화되면 ‘일일 경선자금 수입 및 지출 명세’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범여권 후보, “후원금도 못 모아”

아직 경선 후보로 등록하지 못한 범여권 후보들은 대부분 지인을 통해 도움을 받거나 자기 돈을 쓰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손 전 지사 활동비(월 500만∼600만 원)는 손 전 지사가 부담하고 나머지 경비는 캠프 직원들이 나눠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캠프 내 4개 부서가 각자 쓸 돈을 감당하는 독립채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30여 명의 캠프 상근직원 전부 무보수 자원봉사자”라고 말했다.

게다가 손 전 지사는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경선 후보로 등록하기 전까지는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 손 전 지사의 지지 조직인 선진평화연대(선평련)는 회비 10만 원을 내는 위원 3000여 명과 1만 원을 내는 발기인 3만여 명을 최근 모집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상 이들이 내는 회비는 선평련 활동비로만 쓸 수 있고 캠프 차원에서는 쓸 수 없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역시 의원이 아니라서 후원금을 못 걷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캠프 사무실 임차료를 마련하려고 정 전 의장이 사재를 털고 친척들에게서 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는 후문도 있다. 싱크탱크인 나라비전연구소의 연구원 8명을 포함한 캠프 직원 30여 명 중 20여 명은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본인이 1억 원을 대출받아 여의도 캠프 사무실 임차료를 마련했다. 캠프 관계자는 “모교인 용산고등학교 동문들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지내며 알게 된 인사들에게서 주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나라당 빅2 캠프 자금 관련 현황
구분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박근혜 전 대표 측
후원금 모금 현황한도액(23억 원)의 50% 미만 5억4000만 원 대
캠프 직원들 보수일부 여직원을 제외하고 무보수 일부 여직원을 제외하고 무보수
의원들 갹출 현황일부 의원, 골프회원권이나 아파트 처분일부 의원, 자금 분납
향후 모금 계획 청문회 후 대대적인 후원금 모금 캠페인 전개후원 캠페인 및 경선 자금 매일 공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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