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현지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된 19일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국내외 언론보도의 내용을 분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납치를 자행한 것으로 보이는 단체와 '직간접적인 접촉선'을 유지하며 관련 동향을 일부나마 파악하고 있지만 접촉이 용이하지 않은데다 고도의 신경전을 구사하는 테러단체의 속성상 '언론플레이의 가능성'을 항상 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자들은 국내 언론이 전하는 정부의 동향을 납치무장단체가 대부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21일 언론을 상대로 한 브리핑 내용이 세계로 전달됐으며 이를 납치단체도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21일 브리핑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사가 납치단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 파병군의 '조기철군'을 송 장관이 '일축했다'는 뉘앙스로 보도하는 바람에 당국자들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한 당국자는 "송 장관 브리핑 내용이 전달된 이후 독일인 인질 살해 얘기가 전해져 그야말로 지옥에 떨어진 기분이었다"면서 "다행히 전체적인 언론보도의 내용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냉정하게 잘 전달하는 바람에 일단 1차 고비를 넘기는데 도움이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지금부터가 고비"라는 말을 강조한다. 납치단체들이 2차 시한을 제시하는데다 요구 조건과 관련해서도 당초 제기됐던 '조기철군' 문제 외에 '동료석방'을 거론하는 등 상황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기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에서 자칫 납치단체의 의도에 말려들어 냉정하지 못한 경쟁보도를 할 경우 납치단체의 '요구수준'만 올려줄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정부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납치단체가 지켜보고 있다는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납치단체들에게 자칫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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