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시작하자마자…이게 뭐냐” 한나라 유세중단 극약처방

  • 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2분


22일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제주 한라체육관.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및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22일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제주 한라체육관.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및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 경선 선거운동을 시작하자마자 합동연설회 문제를 놓고 심각한 내홍(內訌)에 빠져들고 있다.

22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첫 번째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자와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경선이 과열 국면으로 치닫자 23일 당 경선관리위원회는 남은 합동연설회 일정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합동연설회는 제주를 시작으로 광주·전남(24일) 부산(26일) 울산(27일) 인천(30일) 강원(8월 1일) 충북(3일) 경남(6일) 대전·충남(8일) 전북(10일) 경기(13일) 대구·경북(14일) 서울(17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국민과의 약속을 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촬영: 동아일보 사진부 김동주 기자

▽모든 유세 일정 잠정 중단=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는 “제주 연설회에서의 물리적 충돌은 꼴불견이었다”며 “자칫 정권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좌장 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24일로 예정됐던 광주·전남 합동연설회에 대해 “광주는 선거인단이 1만3000명이나 되는데 행사장은 3000명밖에 수용할 수 없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하다”며 연기를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 지도부는) 지지자들의 규칙 위반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합동 유세가 곤란한 만큼 경선관리위에 광주 유세를 연기하도록 권유했다”고 밝혔다.

한 핵심 당직자는 “26일 부산연설회부터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李는 ‘당 결정 존중’, 朴은 ‘사당(私黨)화 기도’=이 전 시장 측은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소요 사태의 원인을 찾아 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연설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던 특정 후보의 광신적 지지자들도 문제지만 그들을 자제시키고 설득하기는커녕 은근히 즐긴 후보 측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변인은 “기본적으로는 연설회가 예정대로 진행돼야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도 있는데 광주에서 또다시 몸싸움이라도 나면 국민이 한나라당을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합동연설회 일정을 잡기 전에 확실한 대비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첫 번째 유세에서 압도당하자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홍사덕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특정 캠프의 주장으로 이런 결론이 났는데 이는 명백한 사당화 기도”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은 “중대한 경선 일정을 일부 지지자 간 충돌 때문에 중단한다는 게 공당의 결정인지 믿기 어렵다”며 “이런 식이라면 전당대회 일정도 당연히 연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이날 밤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24일 오전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보고를 받은 뒤 서울 선거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오늘 밤 심사숙고해서 내일 아침에 생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22일 제주에선 무슨 일이

이 전 시장 지지자와 박 전 대표 지지자들 사이의 싸움은 자리다툼에서 시작됐다.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대학생 30여 명이 선거인단에게 배정된 중앙 하단의 ‘로열석’을 차지했다.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비표’ 확인을 요구하며 자리를 비우라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측 간에 10여 분간 막말이 오가며 거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이 전 시장 측 지지자들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자 양측은 행사 내내 감정싸움을 벌였다. 사회자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금지된 플래카드와 깃발을 흔들고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등 ‘반칙’도 멈추지 않았다.

이 전 시장 유세 도중에는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그만 내려와라”, “못 들어 주겠다”는 식의 야유를 하면서 양측 지지자 간의 말싸움이 벌어져 연설 분위기가 흐트러지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연설회에 앞서 부산과 목포 등에서 ‘빅2’ 진영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배를 타고 제주에 몰려오는 등 동원의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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