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장관 "작년 8월 남북정상회담 추진"

  • 입력 2007년 7월 24일 17시 41분


정부가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을 막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기 위해 북한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24일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의 핵실험을 막고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작년 8월 북측에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며 "북측은 상부에 보고하고 답을 주겠다고 했지만 호응이 없어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날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도 "작년 8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고 핵실험을 막기 위해 북측과 담판이라도 해야 한다고 판단"해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7월 미사일을 발사하고 난 다음 수순이 핵실험일 것이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예측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 우려를 가지고 있던 중국 후이량위 부총리도 방북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대북 강경론이 주조이던 미국은 사태를 "방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노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송민순 외교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핵심라인이 공유하고 있었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제의를, 미국에 대해서는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각각 설득함으로써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투트랙의 노력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남북정상회담 제의 경로에 대해선 "공식채널"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며 "정부는 북한과 여러 채널을 갖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2005년 6월 방북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면담에서 남북정상회담에 관해 상당히 깊숙한 논의가 오가 성사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북한도 실제로 정상회담 관련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불발된 원인으로 그는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를 꼽으면서 "2005년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좋았지만 BDA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한은 급격히 움츠러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BDA 문제가 불거진 뒤 북한은 작년 4월 일본에서 열린 동북아협력대화(NEACD)에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참석시켰지만 미국이 양자간 만남을 거부하면서 바람만 맞고 평양으로 돌아갔다"며 "북한은 그 이후 위기지수를 높이는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 선행되지 않으면 4자 정상회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실현하는 궁극적 주체는 남과 북이고 남북정상회담은 실질적인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정전협정을 폐기해야 하고 4자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남북간 의견교환이나 호흡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 문제가 성급히 국제화되거나 원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 전 장관은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수로 요구에 대해 "북한은 본래 핵시설을 만들 때 전력 생산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며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수순"이고 "경수로 요구는 당연히 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시설을 폐기하고 불능화하고 나아가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나선 것은 미국의 적대시정책 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교역법 해제,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이고 경제적 보상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단언할 수는 없으나" 여러 상황과 북한의 태도로 미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며 "미국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는데도 북한이 '진실의 순간'에 다른 생각을 한다면 중국을 포함한 우리도 북한을 압박할 수밖에 없고 이것을 북한이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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