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독자인권위 좌담]주제:대선 검증보도와 인권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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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독자인권위원회 윤영철 위원, 김일수 위원장, 양우진 황도수 위원(왼쪽부터)이 24일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대선 검증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재명  기자
본보 독자인권위원회 윤영철 위원, 김일수 위원장, 양우진 황도수 위원(왼쪽부터)이 24일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대선 검증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재명 기자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들에 대한 검증 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자료가 공개되고 적법절차 시비가 벌어지면서 폭로·비방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국민의 알 권리를 표방하며 쏟아져 나오는 각종 검증보도가 후보는 물론 가족과 주변인물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본보 독자인권위원회는 24일 본사 회의실에서 ‘대선 검증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김일수(고려대 법대 교수) 위원장과 양우진(영상의학과 전문의) 윤영철(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황도수(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사회=송영언 독자서비스센터장》

‘미확인 풍문’ 꼼꼼히 확인 뒤 보도해야

―2월 선거보도 토론에 이어 이번엔 좀 더 각론적인 검증보도에 대해 살펴보지요.

▽김일수 위원장=대선후보에 대한 검증은 당연히 필요한 절차라고 봅니다. 검증공방 보도는 합리적인 원칙에 근거해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마련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조작된 허위가 유포되면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의 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걸러주어야 선거의 공공성과 건전성이 확보되겠지요.

▽황도수 위원=대통령이라는 직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후보와 관련한 모든 사실 관계가 합리적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본질을 드러내고 흑색선전을 방지할 수 있도록 검증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보 캠프가 검증보도를 악용해 네거티브 전략을 편다면 언론이 나서 재발하지 않도록 혹독하게 응징해야 합니다.

▽양우진 위원=‘결혼도 안 한 사람이’ 식의 가십성 소재에 매달리지 말고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판단하는 데 전력투구해 검증을 도와야 합니다. 의혹은 대서특필하면서 반론은 형식적으로 덧붙이는 모습도 검증보도의 중립성을 해치게 되지요. 나중에 허위로 밝혀져 한쪽 귀퉁이에 ‘아니라더라’ 식으로 흐리는 경향 역시 시정돼야 합니다.

▽윤영철 위원=원론적으로 검증은 철저해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파문을 기사화하는 방식은 문제라고 봅니다. X파일이나 괴문서, 인터넷에 떠도는 자극적인 설(說)들을 상업적 전략에 맞춰 보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앞섭니다. 알 권리가 중요하다고 해서 미확인 풍문까지 보도할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불법으로 수집된 자료에 대해 언론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김 위원장=독수독과(毒樹毒果·독이 든 나무에는 독 있는 열매가 열린다) 이론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법절차를 거쳐 취득한 자료인지 불법으로 입수한 자료인지 확실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위법으로 수집된 자료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니, 독이 든 과일을 유권자의 식탁에 올리는데 언론이 들러리를 서서는 안 됩니다.

▽윤 위원=검증이 어렵다고 성급하게 보도한다면 선정적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인터넷 등 다른 선정적 매체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권위지로 남을 수 있겠지요. 최근의 주민등록초본 문제도 뉴스 가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불법유출 의혹만 지나치게 부각시켜 정작 본질적인 영역은 소홀히 다루고 말았습니다. ▽양 위원=대선주자로 나선 사람들마다 발가벗겨지는 모습에서 과연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는지 궁금합니다. 철들기 전에 저지른 과오는 자기절제 능력이 부족한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지요. 초등학교 시절의 꼴찌였다고 계속 꼴찌는 아니니까요. ‘초등학교 꼴찌’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성악설 신봉자처럼 일방적으로 가위표만 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알 권리와 인권침해의 경계선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김 위원장=알 권리의 가치는 유권자가 선거에서 지지후보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습니다. 언론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비방전이라는 ‘소리 없는 총성’에 이용당하고, 자칫 명예훼손에 휘말리는 사태마저 우려됩니다. 감정과 감성만 강조해 민의를 왜곡한다면 유권자의 표를 찬탈하는 결과만 낳을 뿐입니다.

▽윤 위원=알 권리는 소문이 아닌 확인된 사실일 때 비로소 중요합니다. 공적인 기관의 검증을 거쳐 사실로 확인돼야 충족할 수 있겠지요. 성급하게 먼저 보도하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불필요하고 저급한 경쟁심리만 부추길 뿐입니다. 자칫 알 권리와 무관하게 내밀한 영역을 건드려 후보 본인은 물론 가족 친지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도 있습니다. ▽황 위원=말초적 관심사만을 뒤따라가며 부추기고 증폭시키는 접근방식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언론이 앞장서서 깊이 있는 핵심 의제를 선점해 치고나가는 미국의 선거보도를 참고해 볼 만합니다.

▽양 위원=지엽적인 이슈에 휩쓸리다가는 정작 국민이 확인하고 싶은 핵심 현안들이 묻혀버릴 수도 있습니다. 국민을 대신해 언론이 질문하고 후보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도록 유도해 주면 좋겠습니다. 소극적 대응보다는 적극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선도해 나가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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