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F-22 랩터’ 도입 물건너갔다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일본이 힘 써온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사진) 도입이 당분간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는 25일 F-22의 수출 금지 조항을 유지한 2008년도 국방예산안을 승인했다.

▽“최고 성능…외국에 팔 수 없어”=미국 국방예산안의 F-22 금지조항은 ‘이 예산안에 기초한 어떤 재원도 F-22의 외국 정부에 대한 매각을 승인 또는 허가하기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산안은 아직 하원 본회의와 상원의 심의를 남겨 놓고 있지만 일본 언론은 이 조항이 삭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존 머사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장은 이날 심의를 끝낸 뒤 기자들에게 “(F-22는) 현시점에서 세계 최고 성능의 전투기로, 우리는 (수출에) 매우 신경이 곤두서 있다. 기업(전투기 회사)이라면 판매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우리(의회)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동북아 군비경쟁 확대에 대한 신중론=일본 언론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가 이날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기밀정보 누설 사건, 동북아시아 군비경쟁 확대에 대한 우려 등으로 미 의회 안에 신중론이 부상한 것’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일본 방위성은 중기방위정비계획(2005∼2009년)에 따라 노후된 F-4전투기를 대체할 전투기 7대를 조달하기 위해 내년 여름까지는 차세대 전투기(FX) 기종을 선정할 예정이었다.

방위성은 F-22를 가장 유력한 기종으로 보고 미국 정부에 관련 정보의 제공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예산안이 금지조항이 붙은 채 통과되면 적어도 미국의 2008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9월 말까지는 회답을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이 전투기를 포기하거나 조달 스케줄을 바꿔 다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FX 선정 1년 연기론 부상=일본 방위성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6일 방위성이 내년 여름으로 예정하고 있던 FX 선정을 1년 후인 2009년 여름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노후한 F-4전투기의 내구연한을 연장하고 F-22의 조달 스케줄도 순연한다는 것.

방위성은 현재 구입이 가능한 F-15FX나 FA-18, F-35, 유로파이터 가운데 하나를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도 미 의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스케줄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공군의 F-22 조달이 2009년으로 끝나게 되면 계속 생산을 원하는 업체나 공군이 의회에 ‘수출을 인정하라’는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것. 일본이 이 일정에 맞춰 FX의 기종 선정과 조달 스케줄을 미루면 아직 F-22 도입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얘기다.

방위성 보도관은 이날 “앞으로도 미국에 F-22 관련 정보 제공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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