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장서리는 이날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대학’ 초청 강연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비한 정부의 사전 준비가 너무 모자랐다”며 “내가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청와대 책임자였다면 마음으로부터 철저한 반성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에서 외무부(현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한 총장서리는 “2004년 6월 김선일 씨가 이라크에서 납치돼 살해된 후 이라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입국금지 조치가 취해졌지만, 아프간에 대해선 아무 조치가 없었다”며 “선교, 자선, 외교, 교육 등 활동 내용에 따라 금지할 것은 금지하는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도 피랍 사건 이후에야 입국 금지 조치가 취해졌으며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 되고 말았다”며 “결과가 불 보듯 명확한데 지금까지 준비하지 못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정보 속에서 외교를 수행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이번에는 다른 사건에 비해 훨씬 더 혼란 속에서 문제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올해 한국 대통령 선거와 내년 미국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앞으로 1년 반 정도는 북한이 근본적인 양보는 아니더라도 꽤 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북한 핵 문제가 근본적인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며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해도 한국의 주가가 잠시 주춤하다 더 올랐는데 이 문제 때문에 밤잠을 설칠 필요는 없겠지만 그 위험성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한국과 미국 대선까지는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조금씩 양보해 자신을 도와주려는 측을 지원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귀포=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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