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해결되자마자 쌀 지원 한국 정책결정 혼란스러워”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핵비확산 담당 차관보(오른쪽)가 2000년 7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북-미 회담 당시 북한 측 수석대표였던 장창천 전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핵비확산 담당 차관보(오른쪽)가 2000년 7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북-미 회담 당시 북한 측 수석대표였던 장창천 전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평화협정이든, 북-미관계정상화 문제든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되기 이전에 최종적으로 서명해 효력을 발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인 아인혼 전 차관보는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평화체제 논의를 본격 시작해야 하지만 여기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북한에 어떤 안보상의 약속도 곤란하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아인혼 전 차관보는 빌 클린턴 행정부 말에 북-미 미사일 협상을 주도했다. 합리적 중도파로 구분된다.

―평화협정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나.

“부시 행정부가 예전보다 현실적인 눈으로 세상을 읽게 된 만큼 지금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의 장래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다. 다만 핵 폐기 과정이나 미국의 북-미관계 개선방안은 잘게 쪼갠 뒤 하나하나씩 주고받기식의 합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영변핵시설 가동중단, 국제사찰단 검증(수용), 불능화, 핵무기신고라는 요구사항과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 적성국교역법 폐기,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선물 목록을 하나하나 주고받아야 한다. 각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북한에 구체적 이익을 보여줘야 한다.”

―6자회담 2·13합의로 큰 협상 진전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무엇이 달라져야 원만한 진행이 가능할까.

“북한의 기대치가 달라져야 한다. 북한은 늘 ‘내 발등의 불부터 끄자’고 요구한다. 약소국이란 이유를 내세우지만 이는 이기적이고 유치한 일이다. 협상상대국에게 나쁜 인상을 주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자진 신고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은 ‘우라늄 농축’이란 말로 표현을 바꿨다.

“차이가 없다. 북한이 몰래 도입한 프로그램이 무기급 우라늄을 만드는 장비이든, 농도가 낮은 다른 우라늄 농축을 위한 것이든 모두 심각한 문제다. 이런 차이가 논란거리가 될 이유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엄격한 상호주의는 곤란하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후 대북 쌀 지원을 중단했다. 이후 미국이 마카오에 동결된 북한 돈을 돌려주자 쌀 지원을 재개했다. 나는 인도적 지원을 찬성한다. 그러나 쌀 지원재개 과정을 지켜보면 참여정부는 ‘북한의 행태변화’가 아닌 ‘미국의 정책변화’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은 이런 점을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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