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겉으론 “개입 안한다”…측근들 통해 신당行 독촉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선생님, 자중해 주십시오!”

2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DJ·사진) 전 대통령의 자택 앞. 자신을 열혈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한 중년 여성은 ‘50년 전통의 민주정당을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쳐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확고하다”고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현실정치’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듯한 인상을 보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이 중도통합민주당을 탈당한 뒤 정치권에서 김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훈수’가 “양당 정치 복원이 곧 민주주의의 발전”, “대선은 일대일 구도가 돼야 국민이 좋다”는 점잖은 표현에서 “무조건 대통합하라”는 다급한 톤으로 바뀔 때까지만 해도 침묵을 지키던 의원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26일 논평을 내고 “김홍업 의원의 탈당에는 김 전 대통령 배후론이 심상치 않게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4월 3일 전당대회 직후 DJ의 요청을 받고 자택에 갔는데 DJ가 직접 박상천 민주당 대표에게 김홍업 씨 공천 방침을 대외적으로 재천명해 줄 것을 당부하더라”며 “DJ 측근들도 수시로 외부에서 전화를 걸어 공천 문제를 체크했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 자치단체장들 역시 ‘동교동계 인사들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뜻이 전달됐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김경제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은 “광주, 전남에서는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전북에서는 정균환 전 의원이 ‘DJ의 뜻’임을 앞세워 지역 인사들을 무더기로 제3지대 신당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DJ 최측근 중 한 명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최근 박상천 대표 등 범여권 인사들을 만나 제3지대 신당에 대한 합류를 설득하는 등 ‘DJ의 리모컨 정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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