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부산 연설회, 불 뿜은 단상 vs 차분한 단하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질서 유지” 인간장벽26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2차 합동유세가 열린 부산 사직체육관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의 상호 충돌을 막기 위해 ‘질서유지’ 완장을 찬 경비업체 직원들이 청중석 사이사이에 배치됐다. 부산=이종승 기자
“질서 유지” 인간장벽
26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2차 합동유세가 열린 부산 사직체육관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의 상호 충돌을 막기 위해 ‘질서유지’ 완장을 찬 경비업체 직원들이 청중석 사이사이에 배치됐다. 부산=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 사이의 충돌 등으로 중단됐던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합동연설회가 26일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7000여 명(경찰 추산)의 당직자와 당원 등이 모인 가운데 재개됐다.

당 지도부가 연설회 중 소요행위를 엄금한 데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까지 겹쳐 22일 제주 1차 연설회 때보다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행사장 한가운데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나붙었고, 각 후보와 일부 당직자는 가슴에 ‘근조(謹弔)’ 리본을 달기도 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연설회 시작 전부터 행사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이명박”, “박근혜”를 외쳤지만 30여 명의 질서요원이 양측을 가로막아 별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두 후보는 연설에서 ‘경제 대통령론’(이 전 시장)과 ‘무결점 후보론‘(박 전 대표)을 내세우며 줄곧 날카롭게 대립했다. 홍준표, 원희룡 의원도 서로 자신이 정권 창출의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 “경제 살리는 대통령 되겠다”=이 전 시장은 연설의 80%가량을 경제 살리기 해법에 할애하며 박 전 대표와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직접 공격은 자제했다.

그는 “오늘 아침 택시운전사를 만났더니 ‘부산 경제 좀 살려주이소’라고 하소연하더라”며 “현 정치권은 이명박이 대선 후보 못하도록 하는 데만 머리를 쓰고 있으니 나라가 제대로 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전 시장은 “부산 경제가 사는 것은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4만 달러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문제”라며 “대통령이 되면 부산 울산 경남 등을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역 민심에 호소했다.

그는 또 “이 시대에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겠느냐.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때 부산이 바뀔 수 있다”며 “경선이 끝난 뒤에는 본선에서 똘똘 뭉치는 것이야말로 (연설회장) 이쪽에 계신 분들(박 전 대표 지지자들)의 소망이고 우리의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 “흠 없는 후보만이 본선 필승”=박 전 대표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애도를 표한 뒤 곧장 이 전 시장을 정면 조준해 자신이 무결점 후보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 후보가 결정되면 대선까지 장장 넉 달 동안 이 정권이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을 할 것”이라며 “후보가 된 다음 문제가 터지면 정권 교체는 물 건너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약속한 경선 규칙을 바꾸고, 연설회 일정을 회피하고, TV토론 못하겠다고 하는 약한 후보로 어떻게 악착같은 여당(범여권)을 이길 수 있겠나”라며 “제가 당원 여러분의 10년 한(恨)을 한 방에 날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의 ‘경제 대통령론’에 대해서도 “경제는 종합예술이다. 기업 해봤다고 나라 경제를 살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는 군인 출신이었고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영화배우였지만 경제를 살린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을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물류 중심기지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시장은“(박 전 대표가 공방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이제 각자 방식대로 (선거운동을) 해야 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홍준표, 원희룡 의원, “빅2 그만 싸워라”=원 의원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이렇게 헐뜯고 싸워서는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당원 여러분이)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면 참신한 원희룡을 찍겠다고 말해 달라. 홍준표도 좋다”며 ‘빅2’ 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홍 의원도 “양측이 자고 일어나면 죽기 살기로 싸운다”며 비판했다.

이 전 시장 측에는 “(박 전 대표가 고 최태민 목사와) 연애를 했느냐를 왜 검증하느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서 6억 원 받은 것을 문제 삼는데 조의금 받고 세금 내는 미친놈 봤느냐”고 몰아붙였다. 박 전 대표 쪽에도 “어느 사기업이 경영을 도덕적, 윤리적으로만 하느냐. (이 전 시장이) 기업하다 보면 돈 버는 게 눈에 보일 때도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부산=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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