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모두 아프고 끔찍한 지경” 억류 임현주 美방송 인터뷰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살아오시길 빌었는데…”26일 오후 제주 제주시 일도동 제주영락교회에서 한 여성 교인이 게시판에 붙은 배형규 목사의 사망 소식지를 보고 있다. 이 교회에는 배 목사의 아버지 배호중 장로가 다닌다. 제주=연합뉴스
“살아오시길 빌었는데…”
26일 오후 제주 제주시 일도동 제주영락교회에서 한 여성 교인이 게시판에 붙은 배형규 목사의 사망 소식지를 보고 있다. 이 교회에는 배 목사의 아버지 배호중 장로가 다닌다. 제주=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된 한국인 여성의 육성이 26일 피랍 1주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국 CBS 방송은 이날 한국 여성과 약 3분 동안 한국어와 현지어인 다리어로 전화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했다.

이 여성은 “저희는 여기 잡혀 있고 매일매일 너무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도록 정말 부탁합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우리 모두는 매우 아프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정말 끔찍한 지경입니다. 여기에 붙잡혀 하루하루 지내는 게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현지 가이드로 봉사단에 합류한 임현주 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을 들은 임 씨의 한국 가족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임 씨가 맞다고 확인했다.

한편 탈레반 무장세력은 이날 아프간 정부 측과 협상을 재개해 일부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져 인질 8명의 우선 석방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 수감자 8명을 석방하는 방향으로 아프간 정부와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8명의 명단이 아프간 정부에 넘겨졌으며 곧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마디는 AFP통신과의 통화에서도 “한국인 인질이 더는 살해되지 않았고 모두 살아 있다”며 “그들(아프간 정부)이 평화적 해결에 대한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질 협상시한을 27일 오후 4시 반(현지 시간 정오)으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날 오전 아프간 가즈니 주 카라바그 지구의 무셰키 지역에서 10발의 총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된 한국인 남성의 시신이 봉사단 인솔자인 배형규(42) 목사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인의 시신이 가즈니 주에서 한국군 동의·다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그람 기지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배 목사의 시신은 카불 공항에서 민항기 편이 마련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국내로 운구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사태의 급박성을 감안해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아프간에 급파했다. 백 실장은 인질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와 포괄적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인질 8명이 25일 오후 무장세력으로부터 풀려났다는 AP통신 등 일부 외신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인질 8명의 석방설에 대해 “(인질들이) 한국이 협력하고 있는 아프간과 다국적군 관할권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인질 8명이 지역의 모스크(이슬람사원)에 옮겨져 교환을 준비하는 단계까지 갔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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