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특사파견-미국설득 '총력외교'

  • 입력 2007년 7월 27일 15시 46분


정부는 27일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인 피랍자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인질을 억류 중인 탈레반 측과 아프가니스탄, 미국 등 동맹국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25일 피랍자 중 배형규 씨가 살해된 데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추스린 정부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아프간에 파견하는 등 석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특사외교 아프간 움직일까

백종천 특사의 27일 아프간 도착을 계기로 아프간 정부를 움직이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은 최정점에 도달하게 된다.

탈레반 측이 인질 석방을 위한 요구조건으로 수감자 석방 쪽에 갈수록 무게를 싣고 있어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프간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백 특사를 통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해질 정부 입장은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 달라는 일반적인 당부와 함께 탈레반 죄수 석방 문제에 대한 유연성 발휘를 요청하는 내용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간 측은 올해 3월 이탈리아 기자 피랍 때 석방 대가로 탈레반 인질 5명을 풀어준 뒤로 '테러세력에 굴복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봉착하는 등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그 때문인지 아프간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탈레반 측의 '인질-수감자 맞교환' 카드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정부도 이 같은 아프간 정부의 입장을 알고 있지만 인질 1명이 살해된 터에 아프간 정부에 유연성 발휘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공조가 향후 한-아프간 협력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레반 측에도 메시지 간접 전달

정부는 아프간에 특사를 파견함으로써 한국인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측을 향해서도 '우리가 이 만큼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정부 당국자가 이날 "특사 파견은 우리 정부의 해결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언론을 통해 협상시한을 한국시간 이날 오후 4시30분으로 규정한 탈레반 측은 대통령 특사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측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피력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 경우 정부는 탈레반 측과의 직접 대화에 따르는 정치적 위험, 석방 협상에 미칠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해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인질들을 분산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내부에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침에 따라 억류세력의 성격별로 별도의 협상 전략을 마련해 추진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정부는 그간 석방교섭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측 간에 진행 중임을 강조해왔다.

◇'미국을 움직여라'

정부는 아프간 정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도 총력 외교의 주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OK'사인 없이 독자적으로 탈레반 측 요구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인 만큼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테러단체와의 타협은 없다'는 원칙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중심이 된 연합군이 석방 교섭이 진행 중이던 25~26일에도 탈레반 소탕작전을 강력하게 전개한 것은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강경 자세가 석방 교섭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정부는 미국을 향해서도 인질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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