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가 다음 달 10∼15일 중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신당)에 흡수 합당 방식으로 합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열린우리당이 신당에 합류하면 열린우리당의 당명은 없어지게 된다. 2003년 11월 창당 이래 3년 9개월 만에 당 이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셈이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29일 “당초 신당이 중앙당을 창당하는 다음 달 5일 합류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5∼10일 늦춰진 것”이라며 “이 기간 중 언제 전당대회를 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00년 정당’을 표방하며 의석수 47석으로 2003년 11월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이듬해 4월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152석을 석권해 원내 과반인 제1당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후 각종 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해 2005년 9월 신중식 의원의 첫 탈당을 계기로 탈당 도미노에 휩싸였다.
올해 들어서는 △김한길 강봉균 의원 등 23명(2월 6일) △임종석 우상호 의원 등 16명(6월 8일) △문희상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 등 16명(6월 15일) △유인태 송영길 의원 등 15명(7월 24일) 등 네 차례의 집단 탈당이 이어져 29일 현재 59석의 원내 2당이 됐다.
열린우리당이 임시 전대 일정을 늦춘 것은 신당과 중도통합민주당 간 통합 논의에 시간을 주기 위한 조치다. 여기엔 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대통합 대상인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를 추진할 통합추진기구조차 만들지 못한 상황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흡수 합당은 주로 군소 정당이 거대 정당과 합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엄연히 원내 2당인 열린우리당이 신당에 사실상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열린우리당이 신당이 정한 당명은 물론 정강 정책, 지도부 및 중앙위원 구성을 모두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신당 출범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을 희석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은 막판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범여권 대통합의 한 축인 통합민주당이 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신당=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흡수라니…” 버티는 민주당▼
범여권 내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의 실체가 가시화하면서 박상천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는 중도통합민주당의 진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분간 기존의 독자 노선을 유지할 태세다. 통합신당 논의 과정에서 제시한 ‘열린우리당 통째 합류 반대’ 등 선결과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신당 측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당 띄우기’로 인해 민주당의 세 위축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지만 민주당의 시각은 다르다.
박상천 대표는 29일 “김 전 대통령이 무조건 탈당하라고 강압수단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당내 사람들의 (대통합에 대한) 반발이 오히려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한 당직자는 “신당은 지금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 4개 부류가 치열하게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다”며 “가장 정통성이 높은 민주당이 5분의 1지분도 보장받지 못한 채 흡수되는 것만은 막자는 게 지도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신당이 일단 창당한 뒤 새로운 대표체제를 갖추면 다시 ‘1 대 1’ 협상 구도를 만들어도 늦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는 또 범여권 대선주자 중 다크호스로 등장한 조순형 의원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당력을 모으자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조 의원의 지지율 상승은 신당과의 통합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는 데다 여의치 않을 경우 ‘막판 후보 단일화’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정동영 지지 ‘국본’ 출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지지자들로 구성된 국민통합추진운동본부(국본)는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열어 범여권 대선후보 국민경선에 대비한 활동에 들어갔다.
국본은 정 전 의장의 팬클럽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의 핵심세력이 주도해 만든 조직으로 범여권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 참여해 경선 국면에서 정 전 의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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