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 다른 뜻 없는듯” 한나라 “대선 코앞 연기 속셈 뭐냐”

  • 입력 2007년 8월 20일 03시 05분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정부 내 혼란과 충격은 심각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18일 북한의 갑작스러운 정상회담 연기 통보에 따른 외교안보 부처의 당혹감과 비상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북측의 수해 피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14일 정상회담 준비 접촉이 이뤄진 뒤 대남 실세인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승용차를 이용한 육로 방북에 흔쾌히 응하며 “정해진 시간에 정상회담이 열리는 데 지장이 없다”고 공언했던 터라 충격이 컸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북측의 연기 요청에는 수해 이외에 다른 뜻이 없는 것 같다”며 정치적 의도가 제기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번 정상회담 성사의 실질적인 산파 역할을 했던 국가정보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정원 측은 대북 채널을 동원해 북측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례적으로 18일 하루 동안 남북 간에 세 차례의 전화통지문이 오갔다. 회담 연기를 요청한 당일 새로운 회담 날짜에 합의한 것도 국정원 측이 ‘핫라인’을 가동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맡고 있는 통일부는 정상회담 연기 원인이 된 북한 수해 복구 지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통일부는 수해의 심각성을 감안해 23∼25일 육로로 71억 원 상당의 생활필수품과 의약품을 긴급구호 형식으로 보내기로 했다. 외교통상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미칠 영향 분석에 분주했다.

국방부는 20∼31일 열리는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이 회담 연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북한 군부가 예기치 않은 행동을 할 개연성에 대비해 북한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UFL 연습과 병행하려다 정상회담 때문에 다음 달 이후로 연기한 한국군 단독 기동훈련(화랑훈련)을 다시 앞당겨 실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선 화랑훈련이 남북 정상회담을 이유로 연기된 점을 감안할 때 훈련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10월 중순경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19일 “수해가 연기 이유라고 하지만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며 “정상회담을 불과 대선 2개월 앞까지 연기했다는 것이 대선용 정상회담이 아니냐는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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