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당원, 일반국민 등 선거인단 직접 투표에서는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역전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지난해 10월 추석 이후 이 전 시장에 역전된 여론 지지율을 끝내 뒤집지 못해 전체 표 계산에서 패배하고 만 것.
박 전 대표가 여론에 밀린 것은 국민이 원하는 `경제 살리기'와 `추진력 있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이 전 시장에게 `선점'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대에 진입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몇 가지 계기가 있었음에도 이 전 시장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서 "경제대통령, 능력 있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 전 시장이 사실상 전매했고 박 전 대표는 여기에서 밀렸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 대통령 탄생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폐쇄성도 한 몫을 했다는 추정이다.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후보로서의 약점을 꼽으라고 할 때 `여성'이라는 응답이 40% 가까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로 박 전 대표에게는 여성이란 점은 기회인 동시에 핸디캡이 됐다.
경선 기간 여론을 뒤집기 위해 박 전 대표 측이 이슈화를 시도할 때마다 터진 외생 변수도 반전의 모멘텀을 살리는 데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가 검증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려던 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인질사태가 터졌고 경선을 10여일 앞두고 마지막 추격의 불꽃을 태우던 이달 8일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나오면서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켰다는 것.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라는 장탄식이 캠프 내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이명박 대세론'에 밀려 당심이 반영되는 조직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은 예상을 빗나갔다.
오히려 박 전 대표는 선거인단의 직접 투표에서는 승리, 2년 반 이상 당대표를 지냈던 `프리미엄'을 기반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당 안팎에서 무서운 기세로 세를 확장해 온 이 전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 확장에 어려움을 겪던 박 전 대표에게는 이런 점들이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특유의 뒷심을 발휘해 조직의 누수를 막아내는데 상당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 캠프 쪽으로 간 당원협의회장을 조금만 더 확보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직표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켰다면 여론조사의 열세를 만회하고 승리를 견인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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