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또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밝힌 대로 ‘대선 3수(修)’에 나선 한나라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당 개혁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 이명박 후보, ‘당 전면으로’
이 후보는 대선 전까지 당의 사실상 간판으로 나서 ‘이명박식 한나라당’으로의 체제 개편을 지휘하게 된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시장 재직 시절 보여 줬던 그의 업무 추진 스타일을 감안할 때 범여권 대선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9월 말∼10월 초까지는 개편을 마무리할 것으로 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측근들은 ‘이명박식 당 개편’의 키워드로 △일 중심 △순발력 △조직력 등을 꼽는다. 전통적인 여의도식 정당 운영보다는 기존 정당 체제에 기업이나 태스크포스(TF)형 당 운영을 혼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경선 과정에서 각종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조명이 약해졌던 ‘한반도 대운하’ ‘747 비전’ 등 이 후보의 대표적 공약을 다시 전면에 세워 ‘한나라당=정책정당’이라는 이미지도 부각시켜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경제대통령이라는 콘셉트의 근간은 ‘싸우는 정치’가 아니라 ‘일하는 정치’, ‘국민이 원하는 것을 주는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경선에서 승리하면 당 공약과 내 공약을 비교해 조만간 일치된 당의 정책 공약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조만간 ‘MB 경제론’(가칭) 등 ‘이명박표 정책’을 좀 더 구체화한 슬로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 ‘탕평 선대위 가능할까’
이 후보는 20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정권 창출을 하겠다”며 탕평적인 당 인사 및 선대위 구성을 시사했다. 여기에는 예상과 달리 박 전 대표를 간발의 차로 이긴 만큼 당 화합 차원에서 박 전 대표 측에 몸담았던 의원 일부를 선대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이 후보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박 전 대표를 지지한 의원 중 일부가 ‘이명박 선대위’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선 막판 박 전 대표의 대추격전을 이끌며 실무능력을 발휘한 일부 중진 의원이 주요 포섭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석패한 만큼 이들이 이 후보 측과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가 줄곧 ‘당을 개혁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여전히 ‘영남당’ ‘보수꼴통당’ 이미지를 못 벗는 당의 정체성을 어떻게 탈색할 것인지도 관심 대상이다. 이재오 의원 등 일부 핵심 측근은 “당을 이대로 두고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일부 온건파는 “대선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당 흔들기는 적전분열(敵前分裂)로 비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범여권의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되면 대통합민주신당 등에 이슈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당 개혁 작업을 통해 경선 흥행으로 촉발된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붙잡아 두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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