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향후 당내 인사권, 재정권 등 실권을 사실상 모두 거머쥐고 명실상부한 '넘버 1'으로서 당무를 총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년여간 치열했던 '내전'에서 이 전 시장의 '수족'이 돼왔던 경선 캠프 참모들의 물밑 움직임도 더 바빠졌다.
전날 해단식을 통해 캠프와 관련한 공식 직함은 없어졌지만 후보가 최대한 빨리 당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경선 캠프 정리와 함께 공식 선거대책위를 출범시키기 위한 내부 인선 작업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여의도와 종로구 견지동, 두 곳에 양분돼있던 경선 캠프 가운데 여의도 캠프사무실을 폐쇄하고 견지동 사무실도 '후보 비서실' 성격으로 전환해 축소 운영하게 된다.
이 후보는 견지동 사무실에 머물면서 일부 핵심측근들과 함께 선대위 구성과 향후 선거 전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일주일에 1차례 정도 여의도당사로 출근해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와 당 운영방안 및 선대위 인선안 등을 협의하고 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22일 여의도당사 또는 염창동 당사로 첫 출근할 예정이다. 경선 캠프 좌장격이었던 이재오 최고위원도 앞으로는 당사 최고위원실에서 모든 업무를 볼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선대위 구성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빨라야 9월 정기국회가 개원한 이후 본격적인 인선이 시작될 것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특히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직으로 영입하는 문제의 경우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어놓겠지만 먼저 당 지도부와의 협의를 거쳐 시간을 두고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캠프 대변인을 지낸 박형준 의원은 "후보는 선대위 구성 등에서 서두를 생각이 없다"면서 "주요 사안은 당 지도부와 긴밀한 논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선대위원장에는 외부에서 좀 명망있는 유력한 분이 오셔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당내에서도 선대위원장으로 몇 분 모시는데, 제 1순위로 박근혜 의원에게도 부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현 지도 체제는 현재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박 전 대표의 선대위원장직 제안 여부와 관련, "당과 상의해 박근혜 후보의 역할과 위상을 가장 존중하는 선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이 전 시장에게 '프리 핸드'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최고위원, 정두언 의원, 박 전 국회부의장 등 핵심 실세들은 당분간 백의종군하면서 '숨은 조력자' 역할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당심에선 사실상 졌다"고 평가받는 이 전 시장이 이미 '탕평책'을 쓰겠다고 밝힌 점과 측근들만 중용될 경우 당 장악과 화합 유도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의견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대위 구성과 당직 개편 등이 본격화되면 한나라당의 주류 세력 교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를 지원했던 의원들 역시 인사 등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변함없지만 이들에게 핵심 요직을 맡길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이 사랑채까지는 들어와도 안채까지는 들어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자유당, 신한국당을 거쳐 현재의 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당을 지배해온 비교적 강경보수 성향의 주류 세력이 중도보수를 지향해왔던 비주류 세력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보수정당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굴러온 돌'인 비주류가 '박힌 돌'인 구주류를 밀어내고 '신주류'가 되는 셈이다.
이념상 정통보수를 지향하고 TK(대구·경북)를 지역 기반으로 해온 구주류에 비해 신주류는 중도보수를 기치로 외연확대에 적극적이고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기업인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못했던 이명박 후보, 재야 출신인 이재오 최고위원, 호남 출신의 김덕룡 의원, 소장파의 리더격인 박형준 의원 등 핵심 인사들의 이력과 성향은 한나라당에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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