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팬 카페에 올린 ‘열린우리당 합당과 관련한 사과의 말씀’이라는 글에서 “100년 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이 3년9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며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정책정당의 실험이 실패로 끝났음을 인정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신당창당의 논리를 제공하고 2004년 총선에서 공천심사위원과 정당개혁단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사과한다”며 “이런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다음 정권에서도 정무직에 임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당을 선택한 것은 결코 옳다고 할 수도 없고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도 없다. 민주신당의 1% 지지율이 이를 증명한다”고 비판하면서도 “그들의 뜻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다수가 선택한 결과를 존중하고 승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동 없는 합당이지만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이 이뤄졌으니 그들이 열린우리당을 계승할 수 있도록 지지와 성원을 보내겠다”며 “중단 없는 개혁을 통해 양극화를 해결하고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리라고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조 전 수석이 ‘조기숙의 마법에 걸린 나라’에 올린 글 전문
100년 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던 열린우리당이 18일 임시전당대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흡수합당을 결의함에 따라 3년9개월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신당 창당의 논리를 제공했고 2004년 총선에서 공천심사위원과 정당개혁단장을 맡았던 한 사람으로서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정책정당의 실험이 실패로 끝났음을 인정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러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미 정계를 떠났지만 다음 정권에서도 정무직으로 임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같은 날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유시민의원은 출정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를 항구적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현실은 받아들이지만 참여민주주의 정당개혁의 꿈을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앞으로 더 지혜롭게,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차분히 설득해 가면서 다시 하겠습니다. 아직 아무 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의석이 143개나 되는 이 거대한 민주신당이라는 커다란 백지 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우리의 비전을 새겨 넣읍시다. 일단 좌절한 정당혁명 정치개혁의 꿈을 다시 살려, 이 꿈이 민주신당의 영혼이 되게 합시다.”
열린우리당의 소멸을 받아들인 유시민의원에 대해 실망하는 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세력이 부족해 대세를 뒤집지 못한 잘못을 너무 강하게 질책하지는 말아주십시오. 민주주의에서는 다양성이 존중되므로 방법론에서는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합당을 선택한 것은 결코 옳다고 할 수도 없고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신당의 1% 지지율이 이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옳은 선택을 하는 제도가 아니라 다수결 선택을 하는 제도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비록 그들의 뜻에 동의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다수가 선택한 결과를 존중하고 승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동 없는 합당이지만 그래도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이 이루어졌으니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신당의 정체성이 열린우리당을 계승할 수 있도록 지지와 성원을 보내겠습니다. 서로 방법론은 달랐지만, 평화개혁세력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중단 없는 개혁을 통해 양극화를 해결하고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리라 기대합니다.
민주신당이 정당으로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후보선출이나 지분 싸움이 아닙니다. 비정규직법안의 통과로 인해 고통 받는 비정규직자의 현황은 얼마나 되는지 이들을 고통으로부터 어떻게 구할 것인지 부터 시급하게 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통해 신당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민주신당이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부정하게 된다면 우리는 정당개혁의 꿈이 영구적으로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정권교체를 받아들이고 피눈물을 흘리며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저도 기꺼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기 위해 정치평론가로서의 역할도 접고 정치판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출 생각입니다.
미리부터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고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이 민주신당에 이어질 수 있도록 민주신당을 접수하는데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절차적 시비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분열할 시간이 없습니다.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분열이 가장 무서운 적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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