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 캠프는 21일 오전 해단식을 겸한 마지막 회의를 갖고 경선 활동을 공식 마무리했다.
안병훈,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과 서청원 상임고문 등 캠프 핵심관계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7층 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안 위원장은 "투표에서는 이기고 결과에서는 진 후보가 승복하면서 위대한 정치지도자 한 분을 새롭게 탄생시켰다는데 만족한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유정복 비서실장은 전날 저녁 박 전 대표의 자택 방문 사실을 언급하면서 "동지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는 또 이름까지 거명해가면서 너무 고생한 관계자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면서 "이와 함께 전대에서 후보가 진실로 하신 말씀에 대해 혹여나 우리 식구들이 불필요한 혼란이나 오해를 하지 않도록 자제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캠프는 이날 오전 활기를 잃은 분위기였다. 오전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해 경선을 진두지휘했던 상황실 직원들은 10시가 다 되도록 한 명도 출근하지 않았다.
다만 몇몇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부정선거로 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선거 결과가 보도된 신문을 보면서 격분하는 모습도 보였다. 송영선 의원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애초 이날 오전 캠프를 방문, 마지막 회의를 주재한 뒤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상과는 달리 오전 내내 삼성동 자택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전날 패배가 확정된 직후 시내 모처에서 캠프 소속의원 10여명과 약 30분간 차를 마시며 이들의 노고를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당의 정권교체에 다 같이 힘을 모아 달라"면서 "내 뜻이 이러한 만큼 주변 분들이 행여나 섭섭하더라도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전날 경선 승복 연설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이 전 시장의 선대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측근들은 한 목소리로 "왜곡된 해석이다", "너무 앞서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캠프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하겠다는 의미로 말한 것 아니냐"라며 "그리고 이명박 후보측이 선대위를 구성할 시점이 한참 남았는데 지금 박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안 맡을 거라고 보는 것은 왜곡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지지자 여러분 중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애통한 심정을 토로하시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경선 패배를 인정하고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며 "마음으로 승복하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박 전 대표가 진정 바라는 것이고 박 전 대표의 품격을 높여주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경선 승복' 의미가 퇴색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캠프 관계자들은 또 향후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의 백의종군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이 후보측에서 무슨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것을 묻고 대답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구체적 언급은 자제했다.
한편 캠프가 이날 사실상 해단식을 가짐에 따라 캠프를 이끌었던 '외부 영입' 출신인 안병훈 공동선대위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 경영으로,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야인(野人) 신분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캠프 사무실의 경우 계약 기간이 내달 말까지이지만 경선 활동이 종료된 만큼 이날 부로 문을 닫을 방침이다. 최경환 종합상황실장은 회의에서 "오늘 부로 캠프는 문을 닫는다. 공식적으로 캠프 해체가 선언됐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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