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의 싸움에서 이 후보가 승리하고 박근혜 전 대표가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선가도는 보수진영의 이 후보와 진보진영의 수많은 주자들간 '1대 다(多)'의 대결 구도로 당분간 펼쳐질 전망이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맴돌고 있는 범여권 주자들은 앞다퉈 이 후보에 대한 파상공세를 통해 자신들의 도덕적 선명성을 드러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뚜렷한 대선주자가 아직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19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에서 당시 최강자였던 이회창 후보를 모두 KO 시킨 전력이 있는 범여권은 이번에도 이 후보를 무너뜨릴 자신이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21일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의 후보등록과 선거인단 모집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경선레이스에 돌입한 원내 제1당 민주신당이 공격의 선봉에 설 조짐이다.
예비주자 캠프에선 벌써부터 "내가 이명박에 맞설 적임자"라며 벼르고 있다.
손학규 캠프의 우상호 대변인은 "지금껏 드러나지 않은 이 후보의 실체를 철저히 검증해나갈 것"이라며 "손 후보는 범여권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지지층의 표까지 끌어올 수 있는 필승후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후보 캠프의 민병두 의원은 "'청계천 대 개성공단' '삽질 대 삶의 질' '대운하 대 대륙철도'의 대립각을 살려나갈 것"이라고 했고, 이해찬 후보측 김현 공보실장은 "공직생활중 도덕적인 하자가 없었던 이해찬 후보만이 이명박 후보를 꺾을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범여권은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이 후보를 향한 검증공세를 본격화할 태세다.
진작부터 민주신당의 한 의원이 이 후보의 BBK 의혹을 캐내기 위해 LA 현지에서 자료수집을 해왔다는 얘기가 돌고 있고, 도곡동 땅이 이 후보의 것임을 증빙할 수 있는 수많은 자료들을 각 주자 캠프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설도 나돌아 왔다.
국회와 범여 경선현장에서 동시다발적인 이명박 검증정국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이 후보측은 "이미 경선 과정에서 모든 검증은 클리어 됐다"고 반박하면서 충청.호남 정치세력들을 규합하는 외연 확대 전략으로 맞불을 놓을 방침이다.
이른바 국민중심당이나, 범여권내에서 소외받고 있는 민주당 등과의 연대, 나아가 당 차원 합당 논의나 개별 영입 등의 방법으로 소(小) 정계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범여권의 후보 선출을 수수방관하지만은 않겠다며 모종의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이 후보의 외연확대 등 대선 행보와는 별개로 '당 개혁' 박차라는 양면 전략을 통해 범여권으로 쏠릴 국민의 시선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후보 지명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색깔, 기능면에 있어서 모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향후 당의 체질 개선 나아가, 당명 변경까지도 염두에 둔 대대적인 당 혁신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이번 경선에서 여론조사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한 것은 뿌리깊은 한나라당 당원들의 보수적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 이 후보측의 판단이어서 당 장악이나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실용주의'로의 당 개혁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 후보측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가 수도권의 전폭적 지지는 물론 호남권에도 상당한 지지세를 갖고 있지만, 지금의 당 색깔이나 모습으로는 세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12월 대선을 위해서도 당 개혁 작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당 개혁 작업은 자칫 '친 박근혜계' 의원들을 자극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오히려 당의 분화라는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친박(親朴) 의원들은 이 후보측의 당 개혁이 실제로는 당내 주류 교체, 나아가 내년 총선을 위한 당 장악이 목적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경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범여권의 검증공세 과정에서 추가 의혹이나 새로운 사실이 불거져 나오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보다는 후보 교체론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가 깨끗하게 경선승복을 선언했지만, '백의종군'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자신의 행보에 모호함을 남긴 것도 "마음속의 승복은 아니지 않느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때문에 비록 경선의 패자이긴 하지만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는 대선정국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대선을 불과 두달여 앞두고 개최될 남북정상회담 역시 대선가도의 중대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될지, 그리고 이에 대한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반응이 어떤 지에 따라 진보진영의 세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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