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지지 기반으로 인식되는 개신교계를 필두로 다소 '약한 고리'인 불교계에 이르기까지 '3대 종교'의 지도자들을 당선 후 첫 만남의 상대로 선택한 것.
종교 지도자들은 이 후보에게 "잘 될 것"이라며 일제히 덕담을 아끼지 않은 것은 물론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도 높이 평가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 후보는 먼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용규 회장을 찾아 "늘 기도해줘서 고맙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 회장은 "후보 당선을 축하한다"면서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대선 승리를 주실 것으로 믿는다. 민족에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후보는 "더 큰 일인 본선이 남아있으므로 더 많이 기도해 달라"면서 "국민의 기대가 컸기에 국민이 바라는 바를 꼭 실천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본선이 경선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기독교도 적극 도와달라"고 했고, 이 회장은 "박근혜 후보가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박 후보가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나경원 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13차례 유세를 하는 동안 한 번도 (박 후보를) 공격한 적이 없다"면서 "본선에 대비해 참았고 (박 후보가)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 우리 두 명이 모두 애국심이 크다. 두 사람이 합심해서 잘 될 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어 시내 조계사를 방문, 대웅전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과 함께 불전에 합장한 뒤 총무원장 접견실에서 담소를 나눴다.
스님은 "염려 많았다"면서 "잘 될 것이다. 어려운 고개를 올라왔는데…"라고 덕담을 한 뒤 '진·면·인(眞·勉·忍)'이란 '화두'를 꺼내들면서 "진실한 바탕에서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인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도 "참는다는 게 중요하다"고 화답한 뒤 "이번에는 오래 참았다"며 경선 기간에 인내심을 발휘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스님은 "불교에 '인욕바라밀'이란 말이 있다. 더 참아야 한다"고 당부했고, 이 후보도 "참고 화합하는 게 가장 좋다"고 공감했다.
이 후보는 또 "박 후보가 (경선이) 끝나고 훌륭한 모습을 보이셨다"며 박근혜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을 평가했고, 이 말을 들은 스님은 이 후보 면담에 앞서 박 전 대표에게 위로 전화를 걸어 "잘 힘을 합해서 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스님은 "이번에 많이 힘들었으니 본선은 오히려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건강을 조심하시라.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목표를 생각하라"고 다시 한번 덕담을 했다.
이 후보는 마지막으로 혜화동 성당 주교관에서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당선 인사를 했다.
이 후보는 김 추기경이 "축하드린다"고 하자 "역사에 없는 긴 시간이었다. 본선에 들어가면 화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끝까지 참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추기경은 "앞으로 더 험난한 일이 있을텐데 잘 참으시고, 독실한 신자시니깐 하나님께 기도하면 잘 될 것"이라고 덕담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런 (기도의) 힘으로 참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못 참는다. 인간적으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어 남북정상회담 연기와 관련해 "정상회담을 대통령선거에 어떻게 활용할지…. 핵이 있는 상태에서 협상을 하면 핵을 인정하는 게 되는 것 아니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또 "그런 일은 신뢰가 문제인데, 'NLL은 안보 개념'이라는 통일장관의 발언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뒤 "6·15회담 때도 국민의 동의없이 합의하지 않았느냐. 이번 대선도 평화 대 전쟁불사당으로 몰까 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오히려 전쟁억지당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김 추기경도 "정상회담 시기가…"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추기경은 또 "박근혜 후보 등과 정말 함께 해야 한나라당이 잘 될 것"이라고 당부했고, 이 후보는 "후보가 실질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 모두 잘 될 것 같다. 박 후보도 그렇게 말했고 화합하기 위해 그 동안 상대방에게 가슴 아픈 얘기는 안 했다"고 답했다.
김 추기경은 전날 경선에 대해서는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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