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 ‘입’을 연 것은 7월 17일 청와대 브리핑에 개헌 관련 글을 올린 이후 45일 만이다. 그동안 아프간 피랍 사건, 남북 정상회담 연기,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연루 사건, 가짜 박사 ‘신정아 파문’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변양균 정책실장 사건 등 ‘현안’이 이어졌지만 침묵해 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얼마나 자신만만하면 기자와 맞서겠는가. 지금 전 언론사들이 무슨 성명 내고 뭐하고 국제언론인협회(IPI)까지 동원하고 난리를 부리는데 아무리 난리를 부려도 제 임기까지 가는 데 아무 지장 없을 것”이라면서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취재 통제조치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저를 편들어 주던 소위 진보적 언론도 일색으로 저를 조진다”고 모든 언론이 정부 조치를 비판하는 데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공무원 대면취재 제한과 기사송고실 통폐합을 골자로 한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정부 초기) 기자실을 폐지했다. 폐지될 줄 알았는데 그루터기가 남아 있다. 고구마 농사지어서 다 캔 것 같은데…아무리 잘라도 자꾸 들어온다. 그렇게 기자실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서 무슨 대의가 있냐. 복잡한 인과관계라든지 얘기들은 기자들은 쓸 수가 없다. 그야말로 PD여야 긴 얘기를 담아 낼 수 있다”고 기자들을 폄훼한 뒤 “기자들 오라는 데 이제는 안 간다. PD가 오라고 하면 간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요즘 뭐 감도 안 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다. 부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 실장 파문 및 정 전 비서관을 둘러싼 의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언론정책 관련 참모들) 문책할 사유가 있어야 문책을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국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이 30일 정부의 취재제한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관련 당국자들에 대한 문책을 요구한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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