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측 ‘朴 끌어안기’ 잰걸음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1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측이 경선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 측 끌어안기에 나섰다.

3일 오전 11시경 이 후보의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의 국회 집무실에 불쑥 찾아갔다.

경선 직후 사실상 박 전 대표 측의 ‘반성’을 요구해 파장을 몰고 왔던 이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서로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이제 앙금을 풀고 정권 교체를 위해 하나가 되자”고 제안했다. 이에 김 의원도 “대선 승리를 위해 화합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도운 의원 44명의 의원회관 방을 차례로 찾았다. 방에 있던 이해봉 김용갑 박종근 김병호 서병수 김성조 주성영 심재엽 박세환 의원 등 ‘친(親)박근혜’ 의원과 ‘당이 중심되는 모임’을 이끌고 있는 맹형규 의원 등 20여 명과 직접 만나 화합을 제안했다.

이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경선이 끝난 지 보름이 지났으니 이제 과거를 모두 털어버리고 내 편, 네 편 없이 하나가 되자는 진심을 갖고 의원들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일부 ‘친박’ 의원 사이에서는 “황당했다” “깜짝쇼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이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도 이날 대구지역의 의원들과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는 대구 서구가 지역구인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정책위의장, 주호영 후보비서실 부실장, 안택수 김석준 이명규 의원(이상 ‘친이명박’)과 이해봉 박종근 곽성문 의원(이상 ‘친박’) 등 9명이 참석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박 전 대표와 유승민 주성영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친박’ 성향의 박종근 의원은 “자존심 상하게 하지 마라. 이긴 쪽에서 진 쪽을 끌어안고 잘해야 한다”고 했고, 이해봉 의원도 “박 전 대표 협조 없이 정권 교체는 어렵다. 대선 이후 토사구팽 당할 게 뻔하면 누가 몸 던져 돕겠나. 대권과 당권을 확실히 분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안택수 의원은 “같은 당 식구들끼리 부부 싸움한 건데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피해의식이 강한 것 같다”고 해 잠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자 이 부의장이 “한두 사람이 생각 없이 한 말을 마음에 두지 마라. 기업인 출신은 필요한 사람이라면 사정을 해서라도 끌고 온다. 절대 배타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차명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박 전 대표와의 회동 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끼리인데 (박 전 대표와) 만나면 되지”라고 짧게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촬영:이종승 기자

▼朴 “시간 맞춰 李 만날 것”▼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3일 “(대선) 후보가 되진 못했지만 앞으로 할 일이 있다”는 전날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내가 할 일이 없겠느냐. 활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을 에워싼 20여 명의 기자에게 환한 웃음으로 “이렇게 대대적으로 맞아 주는 것이냐”며 농을 건네는 등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3일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한 ‘할 일이 있다’는 말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경선을 치른 뒤 뒷정리를 해야 하는 등 그동안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이제는 정기국회도 시작했으니 활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왜, 내가 할 일이 없을까봐?”(웃음)

―이명박 대선 후보는 언제 만날 계획인가.

“서로 시간을 조정해서 만나야겠지.”

―이 후보의 임태희 비서실장이 먼저 박 전 대표를 인사차 방문하겠다고 하던데….

“연락이 왔었다. 국회가 시작됐으니 서로 시간을 맞춰 만날 것이다. 조만간 (이 후보를) 만날 수도 있고….”

―추석 전에 만날 수도 있나.

“서로 적당한 시간을 맞춰 잡겠다.”

―이 후보 측에 대해 앙금이 남아 있다는 말도 있다.

“언론에서 그렇게들 보도하더라.”

―(아직 이 후보와의) 화합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

―다른 지역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러 가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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