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측 당권·대권분리 이견…갈등 덧나나

  • 입력 2007년 9월 4일 15시 28분


한나라당 경선 이후 '잠복기'에 들어갔던 이명박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진영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가 발빠르게 당 조직을 대선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이 원칙론이라고는 하지만 당 화합의 최소 전제조건으로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하고 나서자 이 후보측은 "괜한 시비를 걸고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당 안팎에서 심상치 않은 공기가 느껴진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선 전부터 우려됐던 '패자의 승자 흔들기'가 현실화되면서 대선을 앞두고 자칫 '적전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설익은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논란의 시발은 박 전 대표측의 '당권-대권 분리' 주장. 김무성 의원은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되 후보가 당무 전반에 관여할 통로를 만들어놓은 것이 당헌의 취지이나 당이 대선후보에 의해 접수되는 것으로 확대해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당을 화합하는 차원에서 끌고 가려면 법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그렇지 않으니까 사당화하려는 오해를 받는 것"이라며 최근 후보 중심의 당 운영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정현 전 캠프대변인도 "대선 승리를 위한 효율성을 위해서도 당권-대권 분리는 확실하게 지켜져야 한다"면서 "강재섭 대표의 역할과 존재는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견 대선국면에서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잡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당 대표의 입지는 보장해 줘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으로 보이나 내심 최근 잇단 당내 인사에서 박 전 대표측 지분이 보장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향후 선대위 구성 등에서 이 후보측의 '독주체제'를 사전에 견제함으로써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두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후보측은 "후보의 당무 우선권은 당헌·당규에서 보장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들은 특히 후보자의 자격을 규정한 현행 당헌 제87조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는 조항을 언급하며 박 전 대표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 후보의 경선캠프에서 비서실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은 "현재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지 않고 있는 게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당권-대권 분리는 대통령이 됐을 때 당무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지 대선후보에게 일절 당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특히 "당권-대권 분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열심히 대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강 대표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수희 의원은 "이 후보가 대표를 겸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강 대표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 생뚱맞은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괜한 시비를 걸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이 후보는 당헌·당규 규정에 따라 후보의 역할을 하고 있고 오히려 선거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후보권한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않다"면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7·11 전당대회 이후 대선후보도 아닌 상태에서 강 대표 뒤에서 당무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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