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만났던 이재오-김무성 따로 밝힌 속내

  • 입력 2007년 9월 5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오른쪽)이 3일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해 김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오른쪽)이 3일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해 김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 4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측에 ‘대권과 당권 분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등 당 인선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그러나 이 후보의 경선 캠프 좌장이었던 이재오 최고위원은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즉답을 피했다. 그 대신 그는 “이 후보를 당선시키는 시대적 사명을 위해 당 화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李측, 당직인선 맘대로… 사당화하나”

김 의원은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의 이명박이지, 이명박의 한나라당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갑자기 대권-당권 분리론인가.

“이 후보 측이 도무지 당의 기본인 당헌을 지키지 않고 한나라당을 사당(私黨)화하고 있다.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모든 당직은 당 대표가 임명해야 하는데, 최근 사무총장 인선 등에서 당은 배제됐다. 이런 행태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표 측 의원들 대부분은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 뻔한 만큼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공천권 등 향후 당무에 개입하지 말라는 당헌을 다시 환기시킨 것이다.”

―당헌은 대선후보가 당무 전반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선후보가 당을 접수하라는 것은 아니다. 당헌 87조에는 대선후보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과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우선권을 갖는다고 되어 있다. (공천 보복 등) 후유증이 없다는 보장이 있어야 박 전 대표 측 의원들도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뛸 것 아니냐.”

―이 최고위원 등 이 후보 측 인사들의 발언이 자극적이었나.

“(이 후보 측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해 놓고 우리 보고 ‘반성하라’며 속을 긁으면 되겠나. 어제(3일) 이 최고위원이 의원회관에서 박 전 대표 측 의원들 만나고 다녔는데 그런 식의 ‘쇼’는 진정성이 없다.”

―박 전 대표가 언제 이 후보를 만날 것으로 보나.

“이 후보가 승자답게 박 전 대표 집으로 찾아가서 ‘잘해 보자’는 식으로 하는 게 양측을 위해 다 좋지 않겠나.”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까.

“가능하지 않다. 전례에 비춰 강재섭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재오 “그런 일이 있겠나…지금은 단합할 때”

이 최고위원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중하게 답변했다. 경선 직후 그의 ‘반성 발언’이 몰고 온 파문을 의식한 듯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 전 대표 측이 당권 대권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일일이 답을 하면 시빗거리가 되지 않겠나.”

―최근 당직 개편이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나. 지금은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따져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를 중용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나.

“이번 선거대책위원회는 중앙기구를 최소화하고 득표와 직결되는 시도 단위와 당원협의회 중심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이 후보가 밝힌 바 있다.”

―선대위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그 문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가 언제쯤 만나나.

“실무자 간에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날짜를 못 박기는 어렵다.”

―당 개혁 과정에서 이 최고위원이 악역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캠프 좌장으로서의 역할은 이미 끝났다. 이제 당 서열 2위 최고위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에 바라는 것은….

“경선 직후 우리가 나서서 화합을 요구했다면 승자의 교만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래서 보름을 기다린 것이다. 지금은 진심으로 하나가 되고 싶다. 이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 당원으로서의 시대적 사명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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