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은 너무 정치적” 경고했건만…

  • 입력 2007년 9월 5일 03시 00분


김승규 전 국정원장 작년 퇴임 때 후임 임명 반대

金원장, 고향 행사 챙기고 휴대전화번호까지 ‘노출’

盧대통령 “목숨 건 기여… 국정원 방문해 격려할 것”

노무현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석방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목숨을 건 기여를 했다”고 칭찬한 뒤 “적절한 시기에 국정원을 방문해 이번 일에 대해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아프간 피랍자 석방 이후 지나친 언론 노출과 자기 자랑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김만복 국정원장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반박한 것.

노 대통령은 “국정원 업무가 무조건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정원은)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과 그 후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비밀을 보호하는 것이지, 그 이상의 부분까지 비밀이라는 이름으로 숨길 수 없고 국민에게 알리는 것을 막을 필요도 없다”고 김 원장을 감쌌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의 많은 프로젝트는 철저히 비밀이 잘 지켜지고 있는데 국회에서 낱낱이 보고하고 국회의원이 보고받은 것을 다 공개해 버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회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정치권은 “노 대통령이 상황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의 ‘공’이 없다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자랑을 하고 정보기관 수장이 동선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대통령이 시비를 가리지 않고 옹호만 하느냐는 것.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심한 일이다. ‘깜’도 안 되는 국정원장에 ‘깜’도 안 되는 대통령의 발언”이라며 “국정원장은 자격 미달,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은 수준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이 작년 11월 취임 이후 고향인 부산 기장군 주민들에게 국정원 견학을 시켜 주고, 지역 행사에 국정원장 명의로 화환을 보냈으며, 작년 11월 22일부터 올해 5월 4일까지 자신이 회장인 기장중 총동창회 홈페이지에 휴대전화 번호를 게재하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으로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뭐가 문제냐’ 식의 태도를 보였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역모임에 화환을 보내는 것이 부당하다는 판단은 없는 것 같다. 무슨 공식적 윤리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번호가 공개됐다는 휴대전화가 어떤 휴대전화인지 국정원에서 해명을 듣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장의 전임자인 김승규 전 원장은 작년 10월 말 물러나면서 후임자 인선과 관련해 김 원장을 반대했다.

김 전 원장은 당시 “모 인사가 열심히 뛰고 있는데 국정원 개혁과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라도 그 인사는 절대 안 된다. 내부 인사 기용은 안 된다”고 김 원장을 겨냥한 뒤 그 이유에 대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김 원장이 국정원 1차장 때 정치인을 만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기장군에 자주 가는 것에 대해 몇 차례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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