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판세를 가를 변수는 세 가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중 누가 1등을 할지,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계열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중 누가 앞 순위를 차지할지, 한명숙 전 총리와 추미애 전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중 누가 컷오프를 통과할지가 관건이다.
▽1등의 힘은?=일반 유권자 2400명과 당원을 포함한 선거인단 1만 명 등 모두 1만24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는 컷오프에서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은 각각 일반 유권자와 선거인단 지지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손 전 지사가 컷오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경우 ‘손학규 대세론’이 본경선의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손 전 지사 측은 ‘국민이 원하는 범여권 후보’라며 대세론을 밀어붙일 태세다. 또 본경선 룰을 협상하면서 ‘국민경선’이란 명분을 내세워 일반 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을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의장에 비해 당내 조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4일 mbn TV와의 인터뷰에서 “본경선 때 여론조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정 전 의장이 컷오프에서 손 전 지사를 누르고 1위를 하게 되면 대통합민주신당 내 역학관계가 정 전 의장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는 많은 현역 의원과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한나라당 출신인 손 전 지사보다 범여권의 ‘적자(嫡子)’를 자처하는 정 전 의장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전 의장이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통성, 적통성 없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절대 못 이긴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노 후보 단일화의 변수는 순위=이번 컷오프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사람이 “나를 중심으로 뭉치자”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친노 후보인 두 사람은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이미 단일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세 후보 지지 세력이 하나로 모아져야 손 전 지사, 정 전 의장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내에선 이 전 총리가 앞설 경우 유 전 장관이 앞서는 경우보다 친노 후보 단일화가 쉽게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전 총리 측 인사 중 상당수가 유 전 장관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윤호중 서갑원 이화영 의원 등 친노 386 다수가 이 전 총리를 돕는 등 노 대통령이 사실상 이 전 총리를 미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유 전 장관 지지 세력은 이 전 총리 지지로 돌아설 명분을 얻기 쉽다는 얘기다.
만약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의 격차가 근소할 경우 단일화 작업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이 6일부터 시작되는 TV 토론 등에서 단일화의 방법과 시기 문제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이며 서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누가 캐스팅보트 쥐나?=한 전 총리는 이 전 총리, 유 전 장관에 앞설 경우 친노 단일후보로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뒤질 경우 친노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이광재 백원우 의원 등 한 전 총리를 돕는 친노 386 등은 대부분 유 전 장관보다는 성향이 비슷한 이 전 총리 측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결과적으로 한 전 총리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셈이다.
추미애 전 의원은 컷오프를 통과할 경우 손 전 지사나 정 전 의장 측과 연대를 저울질하며 경선 구도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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