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잇단 악재…국면전환 꾀하나

  • 입력 2007년 9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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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경제 기자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경제 기자
■ 청와대, 사상 초유의 ‘野후보 고소’

취재통제 갈등-정윤재사건 등 레임덕 가속화

‘노무현 vs 이명박’ 구도로 친노세력 결집 의도

한나라 “정치 폭압” 李“靑할일도 많을텐데…”

대통합민주신당도 “대선 판도 왜곡할 우려”

청와대가 야당 대선후보를 검찰에 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가 대선을 불과 100여 일 앞둔 시점에서 국민 지지율 1위의 유력 야당 후보를 고소하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 상황을 들여다보면 청와대의 결정은 국면전환용 자기 방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연루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 가속화되고 있어 대선정국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또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취재통제조치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바람에 언론과의 관계도 최악인 상황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진보언론도 나를 조진다”며 언론에 대해 극도의 불신과 피해 의식을 드러냈다.

따라서 청와대가 야당 대선후보 검찰 고소 ‘카드’로 이슈를 전환해 궁지를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가 이명박 후보를 고소한 뒤 취하하지 않는 한 대선 때까지 ‘노무현 대 이명박’ 구도의 법적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이런 공방을 통해 대선판에 직접 뛰어들어 임기 말이지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침묵하던 노 대통령이 이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의 선두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비판하는 등 최근 정치적 발언을 재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있다.

한나라당의 추가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나라당의 ‘정치공작’ 주장을 그대로 둘 경우 임기 말 국정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 기간에 ‘정치공작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했던 진수희 의원이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돼 공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나라당은 오히려 청와대 방문조사 계획을 밝히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한나라당 이 후보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세청과 국가정보원의 재산 내용 조회 등을 거론하며 “권력의 중심세력에서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있다”고 ‘정치공작설’을 기정사실화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카운터파트’가 되어 줄 법적인 여당이 없는 상황이며, 한 자릿수 지지율의 범여권 후보들은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옹호할 처지가 못 된다.

청와대가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컷오프)’ 통과자 5명이 결정된 5일 고소 방침을 밝힌 데도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예비경선에서 비노(非盧·비노무현 대통령)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고 친노(親盧·친노무현) 주자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는 3∼5위에 머물렀다.

청와대가 대선 판에 직접 뛰어들어 야당 후보를 고소하려는 것은 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등 산적한 현안 처리에 한나라당의 협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선 개입 논란을 가중시키고, 야당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대응은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한나라당뿐 아니라 대통합민주신당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 정국이 ‘노무현 대 이명박’ 구도로 재편되면 친노 세력 결집을 통해 범여권 대선후보 선출에서 친노 인사가 유리해지고, 거꾸로 대다수인 비노 인사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이 “대선 판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검찰 고소 방침에 반대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청와대의 고소 방침을 듣고 “(청와대가) 할 일도 많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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