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7일 고소하겠다고 밝혀 거센 논란을 빚고 있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3일)에서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의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하며 “권력 중심세력에서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에 청와대는 발끈했다.
먼저 다수의 법조인은 “청와대와 일반인의 법적 지위가 엄연히 다르다”며 청와대의 고소 방침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중견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권력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는 사인(私人)이 명예를 훼손당했을 때에 비해 보호받을 법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예훼손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받아야 할 사인과는 달리 청와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명예훼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청와대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최고 권력기관이며 대통령책임제하에서 정부기관들의 잘못에 대해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
특히 명예훼손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후보가 언급한 ‘권력 중심세력’이 대통령인지, 청와대 참모들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도 “명예훼손 피해자는 특정되어야 한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이 어떻다’라는 것과 같이 누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 명백하게 알 수 없는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석연 변호사는 “‘권력의 중심세력’이라는 표현은 꼭 청와대를 지칭한 것으로 볼 수 없어 특정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자연인만이 아닌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도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이 후보의 경우 ‘권력의 중심’이 지칭하는 게 정확하지 않아 명예훼손 고소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대통령 후보가 국정 운영에 대해 비판하는 과정에서 발언한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신평 경북대 법학과 교수는 “허위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개연성이 어느 정도 담보된다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일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권력의 핵심이라는 표현은 누가 들어도 청와대를 지칭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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