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두사람이 힘 합치면 쇠도 자를 것”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무슨 얘기 나누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내 귀빈식당 별실에서 경선 이후 처음으로 만나 당 화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무슨 얘기 나누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내 귀빈식당 별실에서 경선 이후 처음으로 만나 당 화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은 7일 국회 본청 귀빈식당 별실에서 오후 3시부터 45분간(공개 20분, 비공개 25분) 진행됐다. 이날 회동에서 이 후보와 박 전 대표는 웃는 얼굴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당 화합을 강조해 일단 경선 후 불거진 양측의 대립을 진정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를 “우리 박 대표님”이라고 여러 차례 부르며 협조를 요청했고, 박 전 대표는 “이 후보 중심으로” “당원으로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당내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들에 대한 이 후보의 ‘정치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5분 먼저 약속 장소에 나와 박 전 대표를 기다렸다. 박 전 대표는 ‘전투복’인 회색 정장 차림이었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이=박 대표님은 경선 끝나고 나니까 인기가 더 좋아지더라.

▽박=고맙다. 다시 축하드린다.

▽이=(경선 승복을)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박 대표께서 큰일을 하셨다. 오기 전에 맹자(孟子) 글을 보니까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고,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쇠도 자른다’는 뜻인데 열심히 하려고 한다.(이 후보는 회동 3시간여 뒤 나경원 대변인을 통해 주역·周易에서 나온 문구라고 정정했다)

▽박=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셨으니 여망을 꼭 이뤄서 정권을 되찾아 주시기 바란다.

▽이=저쪽(범여권)이 정치공학에 능한 사람들이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우리가 단합하면 큰 힘이 될 것 같다.(이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을 가리키며 “당 이름이 열린…?”이라고 묻기도 했다. 회동을 주선했던 강재섭 대표는 이 대목에서 “손바닥도 마주쳐야 한다. 두 분이 손바닥 한번 치시라”며 ‘하이 파이브’를 유도했다. 이 후보는 손을 내밀었으나, 박 전 대표는 ‘아니 잘못하면…’이라며 손을 내밀지 않고 웃기만 했다)

▽박=당이 하나가 되어서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하는데 다른 선거 캠프에 있었던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공천 등 향후 거취) 문제라든지, 당의 노선이나 운영(을 둘러싼 논란), 이런 것들이 언론에 많이 기사화가 되었다. (주변에서) 당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하는데, 이 후보께서 그런 것들을 잘 알아서 하시리라 믿는다.

▽이=그럼, 그럼. 나는 벌써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잊었다. 걱정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쪽 캠프에서 일한 사람들 중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다.

▽박=(이 후보) 캠프에 계셨던 분들이 섭섭하시게….(웃음)

▽이=우리 박 대표께서 협조해 주시면 힘을 합쳐서 잘하겠다.

▽박=당원으로 뭐 당연히 (협조하겠다).

▽이=앞으로 선거에 임박해 중요한 일들은 상의를 하겠다. 수시로 전화드리겠다.

▽박=앞으로 후보 중심으로 하시고….

공개 회동 뒤 배석자 없이 진행된 25분간의 비공개 회동 결과에 대해 두 사람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선거대책위원장 제의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전 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특별한 이야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박 전 대표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필요할 때마다 자주 만나야지”라고 했다.

이 후보는 회동 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다시 기자들과 만나서는 “예상보다 훨씬 더…(좋았다). 아주 잘 만났다. 박 전 대표가 경선 끝나고 (승복한다고) 말한 게 아주 진실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측근인 주호영 의원은 “이 후보가 비공개 회동에서 현대그룹 재직 시절 탕평 인사를 한 점 등을 들어 당 화합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더라”고 전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촬영: 김동주 기자

▼한나라 “선대위 내달초 발족”▼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선후보를 위한 대선준비팀을 발족한 데 이어 7일 사무처 인사를 단행해 조직 정비를 완료하는 등 사실상 대선 준비체제를 끝냈다.

당은 이날 당무조정국장에 ‘친이명박’ 성향의 공호식 전 교육위 수석전문위원을, 조직국장에 안홍 전 정책국장을 임명하는 등 사무처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 남아 있던 당무조정국 등 모든 실무부서를 여의도 당사로 이전한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앞으로 2주 동안 준비해 10월 초에는 선대위를 발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보의 뜻에 따라 중앙선대위는 매머드급으로 꾸리지 않는 대신 지역 선대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선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본선에 임하는 각오와 향후 대선 관련 구상을 밝히는 등 사실상 ‘본선 출정식’을 한다.

당은 이르면 10일 공석인 사무부총장 두 자리에 대한 인사도 단행한다. 한 자리에는 이 후보 경선캠프에서 대외협력본부장을 맡았던 정종복 의원이 내정됐고 나머지 한 자리에는 ‘친박근혜’ 인사가 기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6일 선거대책위원회의 예비기구인 대선준비팀 구성을 마무리했다. 팀장(정두언 의원) 외에 자문단 6명(김도종 명지대 교수, 이철영 홍익대 교수, 윤원중 전 의원, 이성희 전 이회창 후보 특보, 양휘부 전 방송위원, 추부길 전 캠프 대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과 5개 분과 실무진 20명으로 이뤄진 경량급 기구다.

◇분과별 실무진 명단

▽전략기획(5명)=이태규 전 이 후보 캠프기획단장(간사), 이재성 원내대표실 팀장, 김장수 고려대 연구교수, 조용철 당 조직국 차장, 서지영 당무조정국 차장 ▽정책(4명)=곽승준 고려대 교수(간사), 구득환 당 정책국 부국장, 정재용 전 대운하추진본부 위원, 김영우 국제정책연구원 정책국장 ▽조직(6명)=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간사), 김용환 당 조직국 부국장, 차순오 당 원내행정국 의사팀장, 강현희 전 캠프여성단장, 경윤호 전 캠프 인터넷단장, 윤석대 전 캠프 조직기획부본부장 ▽미디어홍보(2명)=지승림 알티캐스트 대표(간사), 강지연 당 미디어팀 차장 ▽뉴미디어(3명)=진성호 전 캠프 기획특보(간사), 김수철 전 서울시의원, 김성철 전여옥의원 보좌관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방호총장 ‘시스템 공천’ 밑그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진정한 화합의 ‘열쇠’는 대선 이후 치러질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박 전 대표를 밀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해 이 후보를 돕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방호 신임 사무총장은 7일 ‘시스템에 의한 공천 방안’의 밑그림을 언급했다. 이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람에 의한 공천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이 구상하고 있는 ‘시스템 공천’의 핵심은 다양한 객관적 평가 자료에 의해 공천 여부가 갈린다는 것. 평가 자료로는 △정기적인 여론조사 결과 △대선에서의 득표율 △현역 교체지수 등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선거구별로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평가에 넣겠다는 생각이다. 평가는 시도당별로 상대평가를 한다. 과거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토대로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얼마나 끌어 올렸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란 얘기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의 득표율도 평가 대상이다. 대선 개표 결과 이 후보에 대한 득표율이 높은 지역의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은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자기 선거구에서의 평가도 중요하다. 당무감사를 통해 실시되는 선거구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역의원 교체지수’ 조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되면 공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 의원(위원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질문 등을 통해 10점 만점에 2, 3점 정도를 얻으면 공천 탈락이 거의 확실해진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은 공천심사위원회가 주도한다. 공천심사위원회가 1차적으로 공천 여부를 결정해 최고위원회의에 넘기면 최고위가 공천안을 확정한다.

최고위는 공천심사위의 공천안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불만이 있을 경우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공천위는 재심의를 하고 재심의 결과는 최고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확정돼 사실상 공천권은 공천심사위원회의 몫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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