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한나라당은 환경미화원 여러분과 함께 거리 청소를 시작하면서 낡은 것은 걷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고 한다. 낮은 자세로 다가가서 전적으로 봉사하며 국민을 받드는 일을 하겠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10일 대선 D-100일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시장에서 거리를 청소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전날 기자회견에 이어 ‘변화’를 강조했다.
▽이태원 시장 청소=이 후보는 이날 오전 6시 ‘대한민국 경제 확실히 살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잠바를 입고 현장에 나타나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직자 100여 명, 환경미화원 15명과 함께 40여 분간 리어카를 끌며 동네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이 후보는 40여 년 전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태원에서 환경미화원을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옛날에는 그렇게 해서라도 살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청소원 월급으로 (생활이) 안 됐는데 시장 상인들이 십시일반 보태줬다. 그분들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 도중 “손수레 가운데에 쓰레기를 많이 실어야 덜 무겁다” “요즘은 반사복이 있어서 좀 나아졌지만 옛날에는 사고가 많이 났다”는 등의 경험담도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1219 대선승리, 100일 대장정’ 현판식에 참석해 “한 틈의 마음 간극 없이 하나가 되어서 100일을 보내자”며 화합을 강조했다.
▽공식 경호 시작=이 후보는 이날 야당의 대선후보로서 경찰의 공식 경호를 받기 시작했다. 주요 정당 대선후보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호업무를 수행한다는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경찰청 경호규칙의 요인경호 규정에 따른 것.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4년간 경찰 업무연락관으로 활동했던 이동권 경정을 팀장으로 한 17명의 경찰 경호팀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후보실에서 이 후보와 첫 상견례를 했다. 경찰 경호팀은 모두 26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나머지 9명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1월 말에 추가 배치된다.
이들은 이 후보의 모든 일정을 따라다니며 수행 경호와 자택 경호를 맡게 된다. 하지만 근접 경호는 지금의 사설 경호팀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의 경우 후보가 당선되면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고 특진의 가능성도 커 선발 과정에서 캠프 관계자를 통해 많은 로비를 시도했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 이사 검토=이 후보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이 한옥촌에 위치한 탓에 골목이 좁아 경호차량의 접근이 어렵고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하게 돼 있어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경호에 취약하다는 경찰의 지적에 따라 이사를 고민 중이다.
이 후보 측은 교통 접근성이 좋은 강남구 논현동 본가로 이사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자칫 ‘강남 후보’라는 이미지가 생길 것을 우려해 백지화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이사를 가게 된다면 강북의 적당한 장소가 될 것 같다”며 “하지만 현재 가회동 자택에 그대로 머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집을 옮기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이명박 ‘신한반도 구상’
“北核 불능화-폐기단계 진입하면 남북경제공동체 협정 체결 추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10일 “북한이 연내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고 내년에 본격적인 핵 폐기 단계에 진입하면 (내가 집권할 경우) 차기 정부는 곧바로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를 설치해 ‘비핵·개방 3000’ 구상의 실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글로벌포럼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한반도 구상’을 밝혔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경제 교육 재정 인프라 복지 등 5대 분야 지원을 통해 10년 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높이겠다는 이 후보의 대북정책 핵심 공약이다.
이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비핵·개방 3000 구상의 이행 과정에서 남북 간 인적 물적 교류가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남북 투자·무역의 편리화, 남북 교역의 자유화 등을 담은 ‘남북 경제공동체 협력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핵·개방 3000 구상’ 이행을 북한의 핵 폐기 단계 진입 시점으로 앞당기고, 남북 경제공동체 협력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점이 기존 공약보다 구체화된 대목.
그는 또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자신의 대북정책 차이점에 대해 “차기 정부는 북핵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가장 큰 목표로 해야 한다”며 “남북 간 경제교류는 부득이하게 북핵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다만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어 참석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한미 관계에 대해 “지난 10년간 대미 관계에 다소 소홀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차기 정권은 대미 관계를 매우 중요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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