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경선주자인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간의 단일화 논의가 정체 상태인 가운데 3개 캠프로 갈라져 있는 친노 의원들은 지난주 모임을 갖고 경선과 대선 이후 진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임에 참석한 김형주 의원은 11일 “대선 뒤 내년 4월 총선 때도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 그때는 어쨌든 세력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며 “대선이 끝나면 당권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연말에 (비노 성향의)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쪽으로 당이 너무 기울 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보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이 전 총리 측에서 윤호중 의원, 유 전 장관 측에서 김태년 의원, 한 전 총리 측에서 백원우 의원을 대리인으로 정해 후보 단일화 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경선 구도를 ‘친노 대 비노(非盧)’로 만들어 손 전 지사나 정 전 의장을 상대하고, 경선에서 지더라도 후보에 당권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 내년 총선까지 당내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친노 인사들의 총선 출마용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참여정부평가포럼도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 결과가 발표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친노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김만수 참평포럼 집행위원장은 “후보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단일화가 되고 나면 정책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고 후보 캠프와 참평포럼 사이 ‘인적 결합’도 있을 수 있다. 조직으로 흡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측이 10일 “우리를 돕고 있는 부산경남 지역의 386들이 청와대 측의 압력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하고 나선 것도 친노 그룹의 대선 이후 정치적인 영향력 유지 구상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영남을 기반으로 대선 이후 정치 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청와대 인사들이 손 전 지사를 돕고 있는 지역 인사들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5일 예비경선에서 이 전 총리와 한 전 총리, 유 전 장관의 득표수 합계는 전체의 33.9%로 손 전 지사(24.8%)나 정 전 의장(24.5%)을 앞섰다. 이 전 총리는 “예비경선 탈락 후보들까지 합하면 현 정부를 계승·발전시키겠다는 후보들의 지지도가 40%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친노 단일 후보’가 이만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거인 한 사람이 2표를 행사할 수 있게 한 예비경선에서 친노 성향 선거인단의 표가 세 후보에 집중되면서 중복 계산됐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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