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획자 “이해찬 미술관 방문때 신정아 소개”

  • 입력 2007년 9월 13일 03시 02분


신정아 씨가 일했던 미술관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신정아 씨와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전시기획자는 “2004년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미술 전시회를 찾은 당시 이 총리에게 신 씨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정아 씨가 일했던 미술관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신정아 씨와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전시기획자는 “2004년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미술 전시회를 찾은 당시 이 총리에게 신 씨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12일 ‘신정아 게이트’ 연루설에 대해 펄쩍 뛰며 강하게 부인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이 전 총리의 ‘신정아 배후설’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거론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고속 승진 ‘배경’이 이 전 총리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전 총리 측은 “덮어씌우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정부 및 국회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고 둘 다 미술애호가라는 점이 알려지자 쉽사리 진화가 되지 않고 있다.

▽‘미술 애호가’=이 전 총리는 올해 3월 공직자 재산 공개 때 재력가 출신인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당시 여당 의원들 중 드물게 재산목록에 미술작품 13점을 별도로 신고해 화제가 됐다.

이 전 총리는 권오실 정승주 이강하 등 현대 수채화 및 서화 작가의 작품과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조순 전 서울시장의 서예작품 1점씩을 신고했다. 미술품은 재산신고를 할 때 관행적으로 신고가액을 쓰지 않아 작품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를 짐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재야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형편이 좋지 않았던 호남 출신 미술가들의 작품을 사서 후배들에게 많이 나눠 주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전 총리도 미술 감상과 작품 수집을 취미로 갖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13, 14대 의원 시절 후원회 행사를 그림 전시회로 대체하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재야 예술단체 소속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위탁 판매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미술에 조예가 깊은 임채정 국회의장과 함께 작품의 가치를 놓고 종종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총리가 된 뒤에도 휴일에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인근의 미술관을 찾거나 인사동 부근 갤러리를 자주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번 인사만 나눈 사이”=이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중이던 2004년 여름, 성곡미술관에 들러 아프리카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다.

전시기획자였던 C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시회 현장에서 이 전 총리에게 인사를 하러 온 큐레이터인 신정아 씨를 소개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C 씨는 “그 후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총리는 전시회 관람 후 아프리카 그림 2점을 구입할 만큼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신 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는 이 전 총리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신 씨와의 만남에 대해서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와 신 씨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은 7월경 증권가 정보지에 처음 소개된 바 있다. 이때 이 전 총리 측은 “뜬금없는 풍문이라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이 전 총리는 12일 울산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주자 합동유세에서 “변 전 실장은 불미스러운 일을 한 것 같고,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것과 우리 당 및 우리 당의 후보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TV 토론에서 “변 전 실장이 이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한 손 전 지사에 대해 “그 당(한나라당)에서 쓰던 용공음해 수법은 그 당에서 쓰고 평화민주개혁 세력으로 왔으면 정정당당하게 정책을 가지고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변씨 예산처장관때 신씨 통해 집무실 그림 구입 의혹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5년 6월경 장관 집무실 그림을 바꾸는 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신정아 씨에게 그림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예산처의 예산이 미술 작품 구입에 쓰였는지 여부와 변 전 실장이 직위를 이용해 신 씨에게 특혜를 줬는지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

예산처 한 당국자는 12일 “변 장관 시절 집무실의 그림을 모두 본인 취향에 맞춰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변 장관이 대통령정책실장으로 발령이 난 뒤 바꾼 그림을 청와대로 가져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림을 바꿔 다는 과정에 신 씨가 개입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국자는 “아직 당시 예산 집행 내용을 점검하지는 않았지만 장관 집무실을 꾸미는 일인 만큼 일정 부분은 예산이 들어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변 장관의 측근이 신 씨에게 e메일을 보내 그림 추천을 의뢰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변 전 장관은 2005년 5월 예산처의 로고 등을 바꾸는 부처 이미지(MI) 변경 사업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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