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씨 부인, 노대통령에 큰 절

  • 입력 2007년 9월 13일 19시 04분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이후 40년 만에 고국을 찾은 작곡가 고 윤이상 씨의 부인 이수자(80) 씨로부터 큰 절을 받았다.

이 씨는 이날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윤이상 선생은 훌륭하게 살아 왔다. 역사적인 질곡 속에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노 대통령이 남편의 명예를 회복시켜 줬다"며 감사의 표시로 즉석에서 큰 절을 했다.

엉겁결에 선 채로 절을 받은 노 대통령은 "어쩔 줄 모르겠다. 이런 자세로 이렇게 절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라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윤 선생님 생전에 오셨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람이 큰일을 겪으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오랜 세월 기쁘면 기쁜 것인지, 슬프면 슬픈 것인지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 왔다. 남편이 죽었을 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모국행 비행기를 타니까 아 정말로 고향에 가나보다 느껴지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 씨는 자신의 저서 '내 남편 윤이상' 두 권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날 접견에는 이 씨와 딸 윤정 씨,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인 박재규 경남대 총장과 이사인 신계륜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윤 씨는 1967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화가 이응노 씨 등 194명이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대남 적화 공작을 벌였다고 발표한 '동백림 사건'으로 추방된 이후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지난해 동백림 사건에 대해 "간첩사건으로 확대 왜곡된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윤 씨는 명예를 회복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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