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안보사활선… 정치협상 대상 아니다”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北 서해도발 체험 이수용-장정길 前 해군참모총장 紙上대담



최근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다음 달 2∼4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때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이수용(해사 20기), 장정길(해사 21기·이상 예비역 대장) 전 해군참모총장은 16일 “안보사활선인 NLL은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때 해군 최고수뇌로 북한의 도발에 대처한 이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NLL을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삼으려는 현 정부의 태도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은 처음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가 다뤄질 경우 초래될 군사 안보적 위험성과 북한의 속내, 정부의 대응방향 등을 지상(紙上) 대담으로 진단해 본다.

―문 비서실장은 13일 국회에서 다음 달 초 남북 정상회담 때 NLL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는데….

▽이수용=현 안보정세와 군의 견해,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NLL 문제를 다루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두 차례의 교전에서 우리 장병들이 목숨 바쳐 지켜 낸 ‘안보생명선’인 NLL을 정치적 협상 의제로 삼으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NLL을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경우 군의 전략 전술적 측면에서 수도권 서측 방어가 매우 위태롭게 된다.

▽장정길=NLL은 반세기 넘게 해군 장병들이 피땀 흘려 영토 개념으로 사수한 ‘안보사활선’이다. 그런데 정치적 협상을 통해 NLL을 건드리면 그간의 고귀한 희생은 어떻게 되나. NLL은 정치적 협상 대상이 아니며 계속 지켜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NLL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우선 북한의 NLL 문제 제기 가능성을 상정하고 협상할 수 있다는 정부의 태도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북측이 제의하면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군사적 신뢰 구축방안부터 논의하자고 넘겨야 한다. 정치적으로 NLL의 재설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빌미를 줘선 안 된다.

▽장=NLL은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고 엄연한 영해선인 만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군 당국 간 협의부터 하자고 요구해야 한다. 국방부가 NLL 문제를 안보군사적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하기 전에 대통령이 결정하거나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면 안 된다.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때 해군 최고수뇌를 지낸 예비역으로서 NLL의 중요성을 평가해 달라.

▽이=NLL은 수도권 서측 방어와 직결된다. 북측 요구에 따라 NLL을 변경하면 아군 함정이 서해 전략요충지인 백령도 등 서해5도로 들어갈 때 허락을 받고 특정한 수로(水路)로만 다녀야 한다. 반면 북한은 해주와 등산곶, 남포 등 서해안에 해군 전력의 60∼70%를 전진배치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기습을 노리고 있다. NLL을 한번 양보하면 북한은 우리의 안보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기 위해 NLL 무력화에 더욱 골몰할 것이다.

▽장=우리 안보의 관건은 수도권의 방어이고, 그 핵심이 바로 수도권 서쪽 해상을 장악하는 것이다. 두 교전이 입증하듯 수도권과 근접한 서해안은 적의 도발 취약지역이다. 때문에 우리 해군도 서해안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NLL을 북측 주장대로 재설정하면 유사시 서해와 수도권 방어에도 중대한 위협이 초래될 게 뻔하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NLL이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의 근원이라며 재설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NLL 때문에 반세기 넘게 서울 등 수도권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NLL을 양보해 수도권 서해안이 위협받게 되면 남북 군 당국은 전략 전술적으로 더 첨예하게 대립하고 충돌할 것이다. NLL을 재설정하면 당장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데 무슨 근거로 남북 간 충돌이 사라지고 평화가 진전된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장=서해의 평화를 깨고 두 차례의 교전을 누가 일으켰는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북한은 NLL 재설정을 노려 오래전부터 치밀히 계획했고, 두 차례의 도발도 그 일환이었다. 한반도 평화체제 등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진전될수록 안보는 더 굳건히 해야 하고 그 핵심이 바로 NLL을 유지하는 것이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해소와 NLL 재설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북한이 NLL의 재설정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꽃게잡이 등 조업 이익과 같은 경제적 이유가 결코 아니다. 서해상의 군사적 우위를 점해 남한의 안보태세에 코를 꿰려는 노림수다. 북한의 뜻대로 NLL이 재설정되면 우리 군 전력이 배치된 서해 5도가 고립된다. 우리 함정이 서해 5도를 드나들 때마다 북한에 사정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장=수도권을 겨냥한 군사적 속내가 깔려 있다. NLL을 무력화하면 남한의 수도권에 대한 위협 효과를 배가할 수 있어 여러가지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저의다. 유사시 수도권에 대한 기습 등 군사적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두면 다양한 대남 위협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NLL은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이며 서해교전은 반성해 볼 문제라고 말했고,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언론 기고에서 NLL이 영해선이라는 주장은 위헌(違憲)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매우 걱정스럽고 우려된다. NLL과 인접한 서해 5도와 그 일대 해상은 사활적 국익이 걸린 엄연한 영해다. NLL을 양보하면 영해가 위협받는데 영토와 안보개념이 별개라는 게 말이 되는가. 그분들이 함정을 직접 타고 NLL과 서해 5도를 둘러봤는지, 그리고 이를 지키는 해군 장병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는지 궁금하다.

▽장=NLL을 영토개념과 안보개념으로 분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NLL이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고 그 이남이 우리의 영해이므로 이 선을 지키려면 당연히 안보개념도 뒤따르는 것이다. 목숨 바쳐 NLL을 수호한 장병들에게 뭘 반성하란 말인가.

―최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개되는 NLL 관련 사태를 지켜보는 심경은….

▽이=현 정부를 비롯해 군에서 요직을 지낸 모든 예비역이 “이건 아닌데…”, “이래선 안 되는데…” 하고 깊이 우려한다. NLL을 정치적 협상테이블에 올리려고 거기(평양)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많다. 일반 국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장=NLL을 어떻게 지켜냈는지, 우리 장병들이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렀는지 국민도 똑똑히 알고 있다. 당시 해군수뇌를 지낸 예비역으로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남북 간 평화무드는 군의 철저한 안보태세가 뒷받침돼야 진전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와 군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나도 소위 때 함정을 타고 서해 최전선에서 NLL을 지켰다. NLL 사수는 해군의 최우선 사명이자 임무다. NLL이 정치적 협상의 메뉴가 되는 상황을 누가 받아들이겠나. 서해교전의 전사 장병과 유족들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한데 북한에 한마디 사과도 요구하지 않고 NLL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그들의 희생을 저버리는 일이다.

▽장=지금까지 밝힌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남북 정상회담을 수행하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현 군 수뇌들도 NLL의 안보적 중요성에 대한 견해는 똑같을 것으로 믿는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