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이어 유시민도 ‘李지지’ 중도 하차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아니냐.”

15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의 울산 제주 지역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친노 계열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선을 중도 하차하고 친노 후보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 지지를 선언하자 당내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같은 친노 계열인 한명숙 전 총리가 ‘경선 포기, 이 전 총리 지지’ 결정을 한 지 하루 만에 유 전 장관도 그 전철을 밟았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친노 후보 단일화 의사를 묻는 질문에 “주말 4연전(울산 제주 강원 충북 지역 투표) 결과를 보자”고 말해 놓고도 강원 충북 지역 경선은 접었다. 더욱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후원자가 계속 급증해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며 ‘경선 완주’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 그였다.

유 전 장관은 이미 후원금으로 충당한 경선 기탁금 3억 원을 당에 냈다. 경선을 포기해도 이 돈은 돌려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관계자는 “‘조기 후보 단일화’를 원하는 청와대의 의중이 친노 주자들에게 전달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역 순회 투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의 경선에서 단일화 시점이 늦을수록 친노 지지세력의 ‘사표(死票)’가 늘어나는 점을 우려해 조기 단일화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 전 총리의 경선 포기 직후 기자들에게 “행여라도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인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아예 “정권 연장을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유 전 장관은 16일 이 전 총리와 함께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통령과 상의하지 못했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정치는 예전에 끝났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장에서 이 전 총리는 “일찍이 유 전 장관이 누님과 누이동생을 (우리 캠프에) 선발대로 넣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의 누나 유시춘 씨는 이 전 총리의 선거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여동생 유시주 씨도 이 전 총리의 자서전 작성 등을 돕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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