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여사, 신정아씨 면담한 적 없다”
■ 靑, 권여사 첫 거명
한나라당이 18일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신정아 씨 비호 의혹과 관련해 ‘윗선’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청와대에 신 씨의 출입기록을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윗선’ 개입도 없고, 개인 신상이 담긴 자료를 내줄 이유도 없다”며 거절했다.
한나라당이 “신 씨가 청와대를 고작 2번만 출입했다고 했지만 청와대가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어 신뢰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항간에서 화제가 되는 ‘윗선’에 대해 권양숙 여사를 거론하는 정공법으로 맞받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 씨가 청와대에 출입한 것이 2번 이상이 될 것이란 의혹이 자꾸 제기된다’고 묻자 “얘기를 돌아가지 말자. 한나라당이 ‘윗선’이라고 얘기하는데 어느 분을 지칭하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며 “권양숙 여사는 신 씨를 면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윗선’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권 여사를 지칭한 것은 처음으로 권 여사 관련설에 대해 정면돌파 방침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천 대변인은 “권 여사를 접견하거나 오찬으로 만나는 사람은 면회실을 거치지 않고 직접 경호실을 거쳐 제2부속실로 오게 되지만 제2부속실 자료에는 신 씨가 들어온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다만 여성가족부 등 부처에서 주관해서 진행되는 수십 명, 수백 명이 참석하는 청와대 행사의 경우 주민등록상 전과만 없으면 청와대에 들어올 수 있다”며 “그런 때 신 씨가 들어왔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지난 4년 반 동안의 행사를 점검 중인데 그렇게 해서 들어온 경우도 없으며 설사 그런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은 대통령 내외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정”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듯 ‘설사 그런 경우가 있더라도…‘라고 신 씨의 청와대 추가 방문 가능성을 열어둔 뒤 “살펴보고 무엇이 나오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면회실 출입기록은 경호실 내부규정에 따라 2년치를 보관하며, 2006년 1월 1일부터는 전산화돼 있다. 대통령민정수석실은 변 전 실장이 임명된 2006년 7월 이후 면회실 출입기록을 살펴 신 씨가 2차례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면회실이 아닌 경호실과 제2부속실을 거치는 경우에도 출입기록은 남아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정부는 기록을 중요시한다”며 “한 번에 100명 이상이 초청된 행사도 다 들여다봤지만 아직까지 신 씨의 방문기록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윗선’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신 씨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신 씨 사건을 권력형 비리인 ‘게이트’로 규정하고, 변 전 실장의 신 씨 비호 의혹을 정권 핵심세력이 신 씨에게 농락당한 ‘국정 농단사건’으로 보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청와대에 신 씨의 출입기록을 요청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개인의 신상이 노출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당사자 허락을 얻어야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과거 정권 때부터 개인의 신상이 노출되는 자료를 공개한 전례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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