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태원]송민순 장관 ‘10주째 실어증’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에도 내외신 정례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7월 11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한 게 마지막이니 송 장관의 정례브리핑은 10주째 중단된 것.

송 장관이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발생 직후인 7월 21일 정례브리핑이 아닌 긴급 브리핑을 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60일째 브리핑 단상에 서지 않고 있다.

이 기간에 아프간 피랍사태, 6자회담 실무그룹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굵직한 외교안보 현안이 적지 않았다. 8월 28일 열릴 예정이던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수해로 돌연 연기되기도 했다.

예정대로라면 19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렸어야 할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도 북한의 ‘몽니’로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

외교부 수장으로서 이보다 할 말이 더 많은 시기가 있을까 싶지만 송 장관은 두 달이 넘도록 산적한 현안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송 장관은 25∼2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62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관련 기조연설을 한다.

송 장관이 브리핑을 중단한 최근 10주 동안 보인 행동을 보면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취재통제조치를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이를 거부하는 언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일에는 브리핑 대신 외교부 주요 실국장 등 간부들과 출입기자들의 ‘티 미팅’을 주선해 기자들의 질문에 비공식적으로 답하게 했다. 앞서 국정홍보처가 옛 브리핑룸 철거 공사를 강행한 12일에는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자청하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송 장관이 새 브리핑룸에서 공식 브리핑을 하면 기자들이 거부할 것이 확실하고 그렇지만 언론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아 공식 브리핑이 아닌 ‘제3의 길’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12일 오찬 간담회에서 “(나도) 전반적인 상황이 행복하지는 않다. 외교부는 중심 잘 잡고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이 ‘중심을 잡아’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대의명분에 맞게 내외신 정례브리핑을 재개하길 기대한다.

하태원 정치부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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