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선거 의식한 임기말 예산” 지적도
정부가 20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 총지출이 2002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관리대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처럼 ‘팽창예산’ 성격의 예산안을 편성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올해 대통령선거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임기 말 예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재정 건전성에는 더 부담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편 이번 예산안은 그동안 역점을 뒀던 복지 분야 예산을 계속 늘리면서 성장 동력 확충과 관련된 교육과 연구개발(R&D) 예산도 큰 폭으로 늘려 예산 배분에서는 종전보다 균형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 교육-균형발전-R&D 순으로 증가
교육 분야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1조 원 늘리는 등 총 35조7000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올해보다 13.6% 늘어난다. R&D 예산(10조9000억 원)도 올해보다 11.2%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10조 원 선을 넘어섰다.
복지 분야 예산도 올해 61조4000억 원에서 내년 67조5000억 원으로 여전히 높은 증가율(10.0%)을 보였다.
특히 수송·교통·지역개발 분야에 대한 예산(18조9000억 원)을 올해(18조4000억 원)에 비해 2.4% 늘려 잡았다.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작년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SOC 투자 급감에 대한 우려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무원 임금은 2.5%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 공무원 총인건비는 올해보다 7.0% 늘어나는 23조4000억 원. 공무원 연금에 지원되는 재정은 올해 예산보다 30.4% 늘어난 1조2684억 원으로 급증한다.
○ 정부 총지출 증가율 6년 만에 최대… 팽창예산 논란
내년 총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합친 정부의 총지출 규모 산정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은 △2005년 6.8% △2006년 6.9% △2007년 6.4%였다.
일반회계 기준으로 정부 지출을 계산했던 2003년과 2004년에는 증가율이 각각 7.8%, 1.7%였다.
고려대 이만우(경제학) 교수는 “정부 부채가 올해 말까지 300조 원을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을 도외시한 팽창예산”이라며 “차기 정부에까지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이 7.3%인데 7.9% 정도의 지출 증가율은 균형 예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 나라살림 5년 연속 적자
관리대상수지는 올해 14조8000억 원의 적자에 이어 내년에도 11조100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나라살림은 5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예산안에는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교류협력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말 33.3%에서 내년 말 32.3%로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정부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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