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이 가장 강력한 지역 기반이라고 믿고 있는 광주·전남에는 전체의 17%에 해당하는 선거인단이 포진해 있는 데다 이들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향후 수도권 경선이나 모바일 투표 등에서 ‘표심’의 향배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선거 캠프 측이 분석한 판세를 종합해 보면 광주·전남은 세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진 가운데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후보 순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후보 진영에서는 이 같은 접전의 분위기를 대변하듯, 서로를 향해 ‘떴다방 정치’ ‘위장 단일화’ ‘신종 관권선거 책략’ 등이라고 비난하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정동영-이해찬 날선 공방=호남의 범여권 후보 선호도에 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최근 후보들의 견제가 자신에게 몰리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역공을 취했다.
그는 26일 전남 여수시 ‘2012 세계박람회 홍보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시민 한명숙 후보와의 ‘위장 단일화’로 멀쩡한 추미애 천정배 후보가 경선 기회를 박탈당한 데 대해 유권자들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해찬 전 총리를 비난했다.
정 전 의장 측 문학진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총리 측이 현 정부 참여 인사와 전현직 관료를 총동원해 ‘신종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관급인 염홍철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장이 이 전 총리의 대전 지역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관급 고위 공직자인 S 씨가 울산에서 이 전 총리의 선거운동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S 씨는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통령 직속위원회 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이날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를 돕는 분 중 전직 장차관이 많은 건 사실이나 스스로 참여한 분들이기 때문에 관권선거가 아니라 ‘참여선거’라고 하는 게 좋겠다”며 “염 위원장도 본인이 나서서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염 위원장의 경선 지원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중소기업특별위원장은 일종의 명예직으로 당원이 될 수 있고, 선거운동도 할 수 있는 자리”라며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의견이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정 후보와 통화하면서 ‘내가 안 되더라도 손 후보는 안 되고, 차라리 정 후보가 돼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지 얼마 안 돼 ‘손학규-이해찬 연대설’을 주장하는 걸 보면서 그렇게 신의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정 전 의장을 비난했다.
▽‘손학규 협공’도 계속=추석 연휴 직전 ‘칩거 정치’로 승부수를 띄웠던 손 전 지사는 연휴 기간 이틀이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손 전 지사 측은 호남 지역에 지분이 있는 옛 민주당 출신 및 중진급 인사들이 손 전 지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정 전 의장 측과 이 전 총리 측은 이를 ‘기만극’으로 깎아내렸다.
손 전 지사 측 우상호 의원은 “지난주 정대철 전 의원,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다섯 분의 중진 인사들이 손 후보에 힘찬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중진들도 “손 후보가 중도하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에서 그런 의견을 나눈 것”이라며 이를 대체로 시인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 측 김현미 대변인은 “당의 중진들을 대상으로 억지춘향 식 지지를 끌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손 전 지사를 겨냥한 뒤 “중진들도 당의 경선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끌어 국민경선을 성공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분들”이라고 비판했다.
24일 신당의 이낙연 대변인이 자신의 지역구 지지자들을 상대로 김효석 원내대표, 박광태 광주시장 등 민주당 탈당파로 이루어진 이른바 ‘8인 모임’이 손 전 지사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한 사실에 대해서도 후보 간 논란이 있었다. 거론된 8인은 대체로 ‘덕담 수준의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낙연 의원이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을 손 후보 측에서 ‘지지 발언’이라고 언론에 보도 자료도 돌렸는데 나중에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 측 문 선대본부장은 “24일 손 후보 측 공보팀은 ‘8인 모임’이 손 후보를 지지키로 내부 결의했다는 보도 자료를 각 언론사에 발송했다가 실무자 착오라고 변명하더니 다음 날 다시 전남 구례 지역 손 후보 선대위원장 휴대전화 번호로 ‘8인 모임’이 지지를 결의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손 전 지사의 선거대책본부 해체는 기만극이었고, ‘떴다방 정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100만명 참여한다더니…신당 모바일 선거인단 열흘째 3만5365명 그쳐▼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후보 경선의 ‘마지막 흥행카드’로 기대를 걸었던 모바일(휴대전화) 투표의 선거인단 모집이 지지부진하다.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모집 10일째인 26일 오후 10시 현재 등록된 선거인단은 3만5365명으로 집계됐다. 모집 초기 “100만 명 이상 참여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선거인단 모집은 17일 시작했으며, 다음 달 10일 마감한다.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모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최재성 의원은 26일 “그래도 30만 명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 윤호중 전략기획본부장은 “20만 명 정도 등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모집이 저조한 이유는 홍보가 부족한 데다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 자체가 조직선거와 동원선거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계획과 달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신들이 관리하는 투표소 투표 선거인단 등록자가 모바일 투표로 투표방식을 바꾸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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