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7일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방법에 대부분 합의에 이르렀다”며 “내일쯤 이번 회기의 공동성명 초안이 회람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첫날 일정을 마친 뒤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호텔에 돌아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힐 차관보가 언급한 불능화 대상은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와 핵재처리 시설,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3개 핵시설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합의에 이르렀다는 불능화의 구체적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6자회담 첫날 전체회의에서 △비핵화 △경제·에너지 협력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 등 5개 실무그룹 회의 의장국들은 8, 9월 잇따라 열렸던 회의 결과를 보고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보유한 무기급 플루토늄(50∼60kg 추정)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일체의 핵 프로그램을 언제까지 어떻게 신고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표도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켐핀스키호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이 하겠다는 신고 및 불능화와 나머지 나라가 하려는 것의 수준에는 여전히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연말까지) 3개월이라는 시한 안에 할 수 있는 불능화 조치에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철저한’ 불능화보다는 ‘연내’ 불능화를 택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북한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베이징발 기사에서 “조선의 처지에서 보면 불능화는 미국의 적대시정책 전환이 불능화, 즉 핵무기 제조 능력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시점에서 취하게 될 조치”라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은 ‘현재 핵’에 해당하는 영변 핵시설의 폐연료봉 8000개를 제외한 ‘과거 핵’의 사용 명세는 핵무기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핵 폐기 단계에서 별도의 군축회담을 하자는 태도여서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베이징=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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