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4… 갈수록 커지는 논란

  • 입력 2007년 9월 28일 03시 06분


연인원 10만 명 동원 집단체조다음 달 2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관람하기로 결정한 북한 체제 선전극 ‘아리랑’ 공연. 올해 4월 14일 김일성 주석 95회 생일 기념 공연 때의 한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연인원 10만 명 동원 집단체조
다음 달 2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관람하기로 결정한 북한 체제 선전극 ‘아리랑’ 공연. 올해 4월 14일 김일성 주석 95회 생일 기념 공연 때의 한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北에 전달할 盧대통령 선물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남북 정상회담 이틀째인 다음 달 3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릴 답례 만찬에 참석하는 북측 인사 130여 명에게 전달할 다기 및 전국 각 지역 특산 명품 차 선물 세트. 김경제 기자
北에 전달할 盧대통령 선물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남북 정상회담 이틀째인 다음 달 3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릴 답례 만찬에 참석하는 북측 인사 130여 명에게 전달할 다기 및 전국 각 지역 특산 명품 차 선물 세트.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달 2∼4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체제 선전극인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른바 ‘친북 사이트’에 대한 접속 제한 해제 검토, 김장수 국방부 장관의 정상회담 수행, 경제협력을 통한 대북 지원 규모,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북핵 문제 의제화 여부 등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아리랑 관람=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남북은 1992년 기본합의서를 통해 상호체제를 존중하기로 했고, 국민의식 수준도 발전해 아리랑 관람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손님’으로서 ‘초청자’인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외교상 관례라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통치 정당성과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아리랑을 정상회담 대표단이 관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완벽한 공연을 위해 아리랑에 동원된 청소년과 근로자들을 무리하게 연습시키면서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아리랑의 구성체계 하나하나를 지도해 세계적 명작으로 완성시켜 주신 분은 김정일 장군님”이라며 아리랑이 김 국방위원장의 작품임을 강조했다.

검찰 내에서도 노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북한을 함께해야 할 대화의 상대로 보느냐, 아니면 현실적인 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국가원수가 아리랑을 관람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무리라는 견해가 더 많다”고 전했다.

검찰은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으나 청와대와 통일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회주의 체제 선전 공연을 관람하면 쓸데없는 사상 문제를 또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아리랑을 관람하고 이를 시초로 국민적 동의 없는 합의를 남발할까 우려된다”며 “북한의 요구에 무조건 끌려갈 것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북 사이트 개방=천 대변인은 이날 “학술적 접근을 위해 북한 사이트를 개방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논의도 있다”며 “검토하고 수용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이로 인해 국민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2005년부터 접근이 차단된 일부 친북 사이트에 대해 접속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에 대해 보수 사회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국민을 북한의 선전선동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해 안보의식이 흐려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검찰은 현재 42개 친북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해 놓고 있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통일학연구소’ ‘범민련’ ‘구국전선’ ‘조선인포뱅크’와 국내 언론들이 자주 인용해 온 ‘조선신보’ ‘조선통신’ ‘민족통신’ 등이 대표적인 차단 사이트다.

검찰은 7월에도 친북 사이트에서 자료를 내려받아 국내 웹사이트에 게재한 사람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친북 사이트가 학술적 목적인지를 구별할 수 없다”면서 “김정일 학습 사이트를 허용하라니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재경 지검의 한 소장 검사는 “국민적인 합의가 있다면 점진적으로 친북 사이트를 개방할 수 있겠지만 아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국가원수의 통치행위라 해도 국민의 뜻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장관 수행=이번 회담에서는 서해 NLL 재설정 등 민감한 군사 현안들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김 장관은 NLL과 비무장지대(DMZ) 문제가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선결조건 가운데 하나로 NLL 재설정을 제의하고 이에 노 대통령이 화답할 경우 ‘NLL은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는 방침을 고수해 온 김 장관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나라를 떠나서 북한을 방문하는데 국방부 장관이 같이 떠나버리면 한시도 소홀할 수 없는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며 “국방부 장관의 수행은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NLL 문제 등 남북 간 미묘한 군사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자리에 국방부 장관이 수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 촬영·편집 : 이종승 기자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는 “김 장관이 ‘국군의 주적’ 김정일에게 인사하는 장면은 국군장병들에 대한 정훈교육 효과를 일거에 망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NLL 재설정 문제=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NLL 재설정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적지 않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NLL 획정을 위해 남북 간에 계속 협의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을 존중한다”고 수차례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들도 “NLL에 대한 내부 논의나 남북 간 협의를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NLL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NLL 논의는 오로지 군사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주장대로 NLL을 다시 정하게 되면 안보 불안으로 서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북한 해군이 인천 앞바다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그동안 꽃게 어장을 NLL 방향으로 늘려줄 것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 온 연평도 등 옹진군 주민들도 NLL 문제를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이들은 정부가 북한의 NLL 재설정 요구에 응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유지성300인회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의 주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북핵 문제를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다뤄야 하며 해상 군사분계선인 NLL을 북측과 협상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자유지성300인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은 다음 대통령이 이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남북 관계에 ‘대못’을 박아 놓자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북 지원 규모와 북핵 문제=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대북 지원 규모에 어느 정도로 합의하느냐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닌 북한 경제의 기초를 되살릴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한 대북 지원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일부는 지난해 향후 남북경협 비용이 10조 원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산업은행은 2006∼2015년 10년 동안 남북경협에 60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노 대통령이 11일 “김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북핵을 얘기하라는 것은 싸우고 오라는 것”이라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의 틀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평화체제 논의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아리랑 공연:

北우월성-김일성 부자 선전

북한의 ‘아리랑’ 공연은 연인원 10만 명이 출연하는 초대형 ‘집단체조’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4월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 행사를 기념해 최초로 공연됐다. 학생과 근로자, 예술인 등이 동원돼 일제강점기 항일 무장투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카드섹션과 집단체조 등으로 펼쳐진다.

이 공연은 통상적으로 1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양의 ‘5월 1일 경기장’(일명 능라도 경기장)에서 열린다.

아리랑은 당초 김 주석을 상징하는 ‘첫 태양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창작됐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아리랑’으로 바뀌면서 전체 줄거리가 정치적 색채가 완화되는 대신 민족 정서가 가미됐다. 올해는 8월 1일 개막해 10월 중순까지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수해로 인해 지난달 중반부터 한 달가량 중단됐다.

이 공연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 내용이 북한의 체제 선전인 데다 2005년 공연에서는 인민군이 국군 복장의 군인을 때려눕히는 장면으로 논란이 됐고 어린 학생들의 강제 동원에 따른 인권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리랑은 2002년 4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 90여 회 공연돼 400만 명이, 2005년 2차 공연 때는 60여 회에 250만 명이 관람했다고 북한은 밝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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